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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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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성우 기자=노(魯)나라의 공명의라고 하는 어진 사람이 하루는 소에게 거문고를 켜주었다. 그런데 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풀을 먹고 있었다. 소가 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청각(淸角)이라는 고상한 곡조는 소 귀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기 울음소리와 젖을 먹고 있는 송아지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그러자 소는 꼬리를 흔들면서 발굽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고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다소곳이 들었다. 이는 소의 마음에 맞기 때문이었다. 대우탄금(對牛彈琴)이라는 말의 유래로, 소에게 거문고를 들려준다는 말이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참된 도리를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심정이 그러하다. '아직 손해다. 아니다'를 말할 단계가 아님에도 자산운용사 임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압박은 차라리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다만 내부적인 압박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사업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가 돼 있어야 할 임원들이 마치 헤지펀드를 주식형펀드처럼 줄세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임원들의 압박은 결국 매니저들이 수익률에 초조해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는 결국 안정적인 운용보다는 단기적인 성과로 운용을 하게끔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산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아직 국내 펀드산업 자체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미 헤지펀드 산업이 정착돼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는 1년 미만의 헤지펀드는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고 1년 이상 600억원 규모는 돼야 수익률을 얘기한다는 것을 내부 임원부터 다시 인지할 필요가 있다. 펀드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뗀 한국형 헤지펀드의 갈 길은 멀고 험하다. 하지만 내부에서부터 삐거덕거린다면 그 길은 더욱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초반 인기를 위한 초조함보다는 인내를 통한 신뢰와 실력 쌓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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