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의 약 30%가 밭떼기로 불리는 사전계약에 의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60% 가량은 씨를 뿌리기 전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밭떼기는 불필요한 유통마진을 줄여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농가와 사전계약을 맺는 형태다. 하지만 요즘처럼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상대적으로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급하는 시점에서 가격이 계약 당시에 비해 떨어지면 농가에 이익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 농민들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가격 관련해 향후 조정 가능하다는 조항을 삽입할 수 있지만 유통업체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올해 초 이상 저온 현상으로 작황이 부진, 배추·수박·참외 등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지만 농가들이 가져간 수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 가격이 상승한 만큼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전계약이 농산물 가격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전계약 방식이 기존 산지 물량 공급 패턴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대형마트들이 초반에 물량을 대거 확보하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공급이 특정 기간에 몰려, 올해 수박과 참외 가격의 상승 폭이 컸다"고 주장했다.
업체들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이미 인지한 상태다.
때문에 이마트의 경우, 수년 전부터 국내보다 해외 소싱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의 연간 해외 소싱 규모는 작년 한 해만 6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마트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은 아직 글로벌 소싱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해마다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은 경매제도 하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돼야 왜곡이 없다"며 "하지만 밭떼기는 경제 주체가 특정 시점에서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이기 때문에 가격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통업자들이야 특점 시점에서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손을 떼면 그만이지만 농가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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