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8학군보다 혁신학교가 더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혁신학교 인근 전셋값이 뛰고 있다. 사진은 판교역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
아들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번이나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맹모(孟母)'는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교육 환경은 집값·전셋값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교육 특구'로 통하던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를 떠나는 맹모들이 적지 않다. 대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면서도 혁신학교나 국제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강남과 목동 전세시장은 약세인 반면 유명 혁신학교가 있는 판교신도시나 고양시 전셋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혁신학교는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이내고 영어·예체능·과학 등 특화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일반 학교 교육비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작은 학교'를 지향, 학생 개개인을 상세하게 지도한다는 점이 학부모에게 어필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가 학부모들의 인기를 끌면서 학교 인근 단지의 전셋값도 오름세다. 판교신도시에 있는 혁신학교인 보평초·중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인근 봇들마을 8단지의 전셋값은 요즘 '부르는게 값'이다.
판교 봇들마을8단지 101㎡형 전셋값은 올해 초만해도 4억원선에서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4억5000만~4억6000만원선을 호가한다. 현재 같은 단지 133㎡형과 155㎡형은 각각 전세 5억3000만원, 5억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명문공인 대표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혁신학교 주변로 이사오려는 수요가 많으나 전세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월세 보증금도 뛰고 있다. 봇들마을 8·9단지 101㎡형의 경우 올해 초 2억원대 보증금에 월세 100만원선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2억원대 중반에서 월세가 17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 판교로뎀공인 임좌배 대표는 “혁신학교로의 입학이나 전학을 노리고 판교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보평초의 경우 학부모 수요가 넘쳐나 최근 학교가 증축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혁신학교뿐 아니라 영어로 수업이 이뤄지는 채드윅 국제학교와 포스코가 짓는 자율형 사립고가 들어서는 송도 국제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전셋값은 한달새 1000만원 넘게 오른 아파트 단지가 적지 않다. 지난 2월 1억3500만원에 거래됐던 송도 더샵퍼스트월드 94.28㎡형의 전셋값은 최근 2억2000만원까지 뛰었다.
반면 강남과 목동 등 전통 학군지역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3년간 전셋값이 너무 뛰어오른 데다 ‘물수능(쉬운 수능)’ 여파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명문학군에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난 1~6월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0.88% 떨어진 반면 송도와 판교신도시는 각각 2.35%, 1.04% 올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시장이 강남 등 전통 학군지역 '약세', 혁신학교 주변지역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경기 침체 등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강남권과 목동의 전세 수요는 움츠러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싸면서도 교육 여건이 좋은 판교·송도 등은 전셋값이 당분간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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