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고용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퇴직자가 늘어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자영업 진출 시기를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자영업자 수(계절조정 기준)는 577만1000명으로 전월 대비 2000명 가량 줄었다. 5월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5월 중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 확대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영업 진출 연기 및 포기로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수가 전월보다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기업 경영환경 악화로 조기 퇴직한 40~50대 은퇴자들이 창업 시장에 몰린 탓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특히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사업체를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 수는 지난 5월 416만2000명을 기록해 전월 대비 1만5000명이나 줄었다.
적은 자본으로 어렵게 자기 사업을 준비했던 사람들까지 창업을 포기할 정도로 경기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고용지표는 나쁘지 않다. 5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3.2%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 부문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고용지표 개선을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건스탠리는 “정부의 사회사업 및 공공건설에 대한 지출 확대와 더불어 중국과 일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도·소매업과 숙박, 운송 등의 고용 증가가 서비스 부문의 고용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제조업과 건설 부문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영세 자영업자들까지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위기가 서비스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5월 실업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들이 향후 고용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화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를 감안할 때 향후 고용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고용 및 창업 심리가 얼어붙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