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왜 이럴까?…'신경분리' 4개월, 곳곳에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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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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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농협이 말썽이다. 지난해부터 전산장애를 일으켜 고객들에게 큰 불편과 불안감을 안겨준 데 이어 올해는 조직 자체의 균열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취임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리스크 관리 실천원칙'까지 마련했지만, 오히려 농협 전체가 리스크로 둘러싸인 듯하다.

농협중앙회 아래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의 두 지주사를 만들어 신용과 경제를 분리하면서부터 농협의 위기가 불거졌다. 농협이 신경분리를 단행한 지 4개월 정도 지났지만 노동조합은 최원병 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11명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 100일만에 초대 회장 물갈이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회장직에서 사임할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농협금융이 출범한 지 불과 10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100일 동안 지주체제가 안정적으로 출범하는 데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회장으로서 부담을 덜고 은행장직만 유지하겠다는 게 신 행장의 의지였다.

그러나 그 말을 온전히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 회장 측 주변에서 신 전 회장에 대한 시기심이 커지면서 양측간 갈등이 확산돼 신 전 회장이 조기에 밀려났다는 분석이 금융권 내부에서 쏟아졌다.

특히 신용과 경제를 분리한 것은 두 분야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것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온통 관심이 신용부분에만 쏠려, 신 전 회장의 비중이 급격하게 확대되자 최 회장 측 임원들이 위기감에 신 전 회장의 힘을 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신 행장이 극도의 부담을 느꼈거나, 자칫 미운 털이 박힐 수도 있는 입장에서 조기에 회장직을 내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농협금융 출범 초기부터 회장이 조기에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어쨌든 시작부터 모양새가 비정상적인 것만은 분명했다.

농협이 신경분리 이후 금융지주 회장 조기 교체, 섣부른 조직개편, 관련법 위반 등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 4개월만에 뜬금없는 조직개편

그리고 신동규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농협노조는 강력히 반발했고 신 회장의 출근도 저지했다. 다행히 신 회장은 노조와 갈등을 풀고 회장직에 정식 취임했다.

신 회장의 취임사 중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외부 압력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취임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취임사를 지키지 못할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농협금융 출범 4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조직개편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및 은행의 홍보인력 일부를 중앙회 홍보실과 통합하도록 한 것이다. 대외홍보를 모두 중앙회로 집중시킨 것으로, 농협금융이나 은행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홍보조직 통합의 이유가 업무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는데,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리는 조직개편으로 보인다"며 "금융지주사 출범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출범 후에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 알고보니 설립 때부터 무법자

조직이 흔들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주사를 출범하면서부터 위법적인 사항이 있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을 농협이 파악하지 못했던 게 문제다.

법에 따라 농협은 33억~64억원의 순손실을 입을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농협은행과 농협증권이 보유 중인 사모펀드 지분 중 30% 초과분을 즉시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농협은 은행이 자기 건물의 50% 이상 임대하지 못하게 제한한 은행법도 위반했다. 이에 농협은행은 1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졸속적인 신경분리와 사업구조 개편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노조는 임원 고발이란 극단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전·현직 임원들은 경제적·법률적 문제들을 인식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사업구조 개편과정의 부실로 인해 최소 300억원의 손실이 확인된 만큼 전·현직 임원에 대해 업무상 배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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