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는 이날 12시 ‘중대보도’를 통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의 중대보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후 7개월 만으로 이날 결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나왔다.
김 1위원장은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최부일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경옥과 함께 대장 칭호를 수여받은 뒤 2년여 만에 원수 칭호를 받아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됐다.
원수는 북한군 최고 수뇌부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대원수’ 바로 아래 계급으로, 사망한 김일성과 김정일만이 대원수 칭호를 가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은 일요일이던 지난 15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으며 17일에는 현영철 8군단장에게 차수 칭호를 수여한다고 밝히는 등 갑작스런 인사를 단행해 북한 권부 내 갈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이 김 1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함으로써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이고 권력 장악이 공고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1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하는 정책결정과 발표를 통해 북한 내 정치과정에 문제가 없으며, 리영호 해임이 권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은 최룡해가 지난 4월에, 현영철이 최근 차수 칭호를 받은 만큼 군 수뇌부에 대한 권위 유지 차원에서 더 이상 원수 칭호를 미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리영호 해임 후 군부에 동요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군부를 더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원수 호칭을 얻음으로써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에서 ‘선당정치’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군 실력자인 리영호가 해임되면서 당 출신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리영호의 숙청과 함께 최룡해를 중심으로 한 군의 주요 보직과 군단장, 사단장 급에 대한 북한 군부의 대폭적인 물갈이도 전망된다.
현재 북한군 원수는 김정은 외에 리을설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있다. 1995년 원수로 진급한 혁명 1세대인 리을설은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활동 당시 소년경호원 출신으로, 1983년 평양방어사령관을 거쳐 김 주석 사망 때까지 경호를 책임지는 호위총국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김 1위원장에게 수여된 칭호는 일반 군 계급으로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로 이을설의 '공화국 원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북한군 장성은 원수-차수-대장-상장(한국군 중장)-중장(소장)-소장(준장)의 6단계로 구분된다.
김일성 주석은 39살이던 1953년 2월 원수 칭호를 받았고 사망하기 2년 전인 1992년 4월 대원수에 추대됐다. 같은 시기 원수 칭호를 받은 김정일 위원장은 사후인 지난 2월 대원수에 올랐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후 약 7개월 후인 이날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아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된 셈이다.
이날 발표 직후 누리꾼들은 트위터를 통해 “원수칭호를 중대보도라고 할 것까지야”, “중대보도라고 해서 괜히 긴장했다”, “이제 북한뉴스도 낚시질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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