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기자=“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마누라(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인데, 마누라가 내 책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이 산문집이요.”
‘김지하 시인이 1985년 낸 산문집 ‘남녘땅 뱃노래’가 원래 제목인 ‘남조선 뱃노래(자음과모음 펴냄)’를 달고 재출간했다. 옥중에서 쓴 양심선언과 법정 최후진술을 비롯해 김지하의 사상을 드러내는 산문과 강연문 등이 수록된 책이다.
28년만에 이 책을 다시 내고 18일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기이한” 감회를 '볼란타'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강원 원주에서 매일 산을 다니며 나무도 비뚤어지고 개울도 시커멓게 더렵혀진 그늘진 곳인 ‘볼란타’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어원은 모르겠지만 불교에서는 이 못난 볼란타가 부처님 자리보다 더 편하다고 해. 전라도 판소리의 중요한 핵심인 시김새의 원리도 볼란타에서 찾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지. 어두운 숲에서 새싹이 돋듯이 고통 속에서 희망이, 어둠에서 빛이 나오는 건데 임재범 노래를 들을 때도 그런 게 느껴져. 요즘 남조선의 핵심은 K팝인데, 이러한 시김새, 볼란타의 원리가 K팝의 인기를 한 귀퉁이에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아침에 신문만 보면 저절로 욕이 나온다며 “요즘 정치하는 놈들은 아무 양심이 없다”며 박근혜의 5·16 발언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언행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시인은 이러한 사유 체계를 바탕으로 내달 대학에서 ‘못난 숲으로부터 배우는 미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내 활동은 중심은 다 미학으로 돌려버리겠다. 죽기 전에 미학 책이나 쓰다 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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