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가에서 지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구조조정과 약정 우려와 함께 투자자의 지나친 요구로 증권사 지점은 ‘패닉’ 상황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지점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의 지점이 적자를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압박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KDB대우증권과 동양증권이 20여곳 남짓 지점을 줄였고 여타 증권사들도 증권사 지점을 축소했다.
무엇보다 현장 직원들이 가장 큰 고민은 약정 압박이다. 약정이란 각 증권사 지점에 할당되는 수익목표를 각 직원들의 영업 능력별로 나누는 시스템이다. 이미 약정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서 계속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지난 IMF 당시부터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 직원들 간 ‘돌려막기’도 다시 성행한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 지점에서는 돌려막기 약정도 다시 성행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지점 직원들의 깡통계좌가 발생해 자살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모 증권사 지점에서는 약정 압박과 업무 과중을 견디지 못해 6명 직원이 동시에 사표를 던지는 상황까지에 이르렀다.
똑똑해진(?) 투자자들도 증권사 직원의 경계 대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시 위기는 거래대금 급감, 자산운용사 능력과 함께 똑똑해진 투자자가 원인”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판매해온 상품군에 투자자들이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며 ELS(주가연계증권) 이외 상품 열기도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굳이 지점을 통하지 않고도 다양한 채널로 정보를 얻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에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늘어 지점 직원들을 당황케하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그 관계자는 “증권사가 남기는 방카 수수료가 얼마인지 물어보고 나눠갖자고 요구해 어이가 없었다”며 “정말 지점 투자자들이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이상한 요구들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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