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최근 비정규직 임금을 8.54% 인상하고 ‘텔러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실시키로 했다.
현재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창구 텔러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은행 측은 이 중 20여명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창구나 영업 등으로 직무를 옮겨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전환된 이들은 개별 성과에 따른 연봉제가 적용되며, 기존에 받지 못했던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받게 된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에서는 이 같은 전환 프로그램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줄이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SC은행에는 노사 합의에 따라 매년 50명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는 호봉제 정규직 전환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파업이 발생하면서 사측이 이에 대한 합의사항을 어겼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사 합의사항에 대해 법적으로 의무나 책임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노조는 이에 대해 사측과 협의를 통해 바꿔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성학 SC은행 노조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존에 있던 정규직 전환 제도에 대해 직원들도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측의 이번 프로그램 실시로 인해 직원들의 힘이 많이 빠졌다”면서 “이는 예전에 비해 명백히 후퇴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입장들이 뒤섞인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타 은행에서 SC은행의 비정규직을 경력직으로 대거 채용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위기를 더욱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SC은행 노조는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가입 결과가 나온 경기, 부산 및 영남지역 등만 97%의 가입률을 기록했다.
서 위원장은 “이달 말이면 최종 결과가 나온다”면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면 일단 처우 개선 문제 등을 노조에서 나서서 협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30일 금융권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서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비정규직도 조합원으로 가입되면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