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아파트 전셋값도 너무 많이 올라 현재 소형주택 전셋값으로 중형아파트 전세를 얻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고민하던 최씨의 귀에 얼마 전 솔깃한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새 아파트를 일단 전세로 2년 살아본 뒤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GS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 지은 '일산자이' 아파트의 미분양 판촉 마케팅 일환으로 진행 중인 ‘애프터리빙 계약제’ 얘기다.
◆애프터리빙계약제, 효과 톡톡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 수요를 타깃으로 한 미분양 단지들이 늘고 있다. '옵션 100% 무료', '분양가 할인' 등 각종 혜택은 물론이고 살아본 뒤 마음에 안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판촉 마케팅까지 총동원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사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자금 부담을 더는가 하면 아파트 판매에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
GS건설이 전세 수요자를 타깃으로 일산자이에 대해 실시한 '애프터리빙 계약제'의 경우 큰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일산자이 전용면적 195㎡ 이상 아파트에 대해 실시한 ‘애프터리빙 계약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대상 가구 300가구가 40일만에 모두 완판됐다.
GS건설이 일산자이에 내건 '애프터리빙 계약제'는 계약금 20%에 바로 입주가 가능한 특별 분양 혜택이다. 중도금 50%에 대해서는 3년간 이자를 대납해주며 잔금 30%는 3년간 유예가 가능하다. 최초 계약은 3년이지만 2년간 살아본 후에 계약을 하지 않으면 계약금은 환원받고 대납해 준 이자만 지불하면 되는 조건이다.
일산자이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난 5월 1일부터 애프터리빙 계약제를 실시했는데, 40일만인 지난달 12일 모두 팔렸다"며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여기에 힘입어 현재 40평형대 아파트에 대해서도 애프터리빙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50평형대가 2년 후 등기를 하는 조건이었다면, 40평형대는 계약과 동시에 등기를 해야하는 게 다르다.
SH공사도 은평뉴타운 대형 아파트에 대해 분양조건부 전세를 실시하고 있다. 일단 2년동안 장기전세 시프트와 같은 주변 시세의 80% 전셋값으로 거주 후 감정가격으로 분양 전환된다. 일시납과 마찬가지로 최대 1억760만원의 선납할인이 적용된다. 이 마케팅도 호응이 좋은 편으로, 현재 101㎡는 1가구만 남아 있다.
◆"입주시 해약해도 계약금 환불돼요"
한화건설은 김포시 풍무동에 있는 '한화꿈에그린 유로메트로' 미분양 물량에 대해 계약금 보장제를 실시했다. 이는 입주 시점에 계약을 해지해도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브랜드 아파트가 이런 조건을 내건 적은 거의 없었다. 한화건설은 이 보장제로 한달에 200가구 이상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모델하우스 방문객도 계약금 안심보장제 이후 3배 가량 늘었다.
일산 위시티 블루밍도 157㎡ 주택형에 대해 총 분양대금 6억9700만원 가운데 전세금 수준인 2억3300만원을 내면 바로 입주가 가능한 조건을 내걸었다. 나머지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대납해준 뒤 2년 후 시세가 6억5000만원(환매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입주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마케팅이 성공한 것은 최근 전세값이 크게 치솟아 서민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세시장은 최근 3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서울·수도권 지역의 전세비중은 50.8%까지 높아졌다. 2008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4.2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하지만 매매 수요가 줄어들면서 여전히 집이 팔리지 않고 있다.
다만 수도권 미분양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 같은 마케팅은 주변 시세보다 떨어질 경우 되돌려 주겠다는 조건이 붙어 주의가 필요하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주변 시세라는 것이 애매모호할 수 있는 만큼 계약시 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둬야 차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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