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중국 국가주석이 나서 경기침체를 시인한 것은 이례적으로 중국 지도부가 중국 경제 침체를 커다란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최근 잇따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 실적은 초라하다. 올 가을중국지도부 권력교체를 앞두고 중국 경제는 나아지기는커녕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생산 ·소비·투자·수출입 ‘악화’… 물가는 ‘상승’
우선 중국 경제가 생산·소비·투자 방면에서 모두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경제 경착륙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은 8.9%에 그쳤다. 이는 전달 9.2%에서 0.3%p 떨어진 것으로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다. 8월 소매판매액도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달의 13.1% 증가율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해17~18%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면서 중국 내 투자도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8월 중국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2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지난 1~7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20.4%)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중국 제조업 경기도 넉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물류구매자협회에 따르면 중국 8월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2를 기록해 7월(50.1)보다 0.9p나 낮아졌다. 지난 9개월 만의 최저치로 중국 제조업 체감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구미 수요 위축으로 중국의 수출도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8월 중국수출액은 1779억7000만 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2.9%를 밑도는 수치다. 중국 정부 목표치인 10%에는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8월 중국 수입액은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 수입은 1513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다. 예상치인 3.4% 증가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물론이고 올 1월 이후 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던 중국 물가마저 다시금 오름세로 돌아서며 중국 경제정책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지난 8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를 기록해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불경기에 물가가 오르는 이른 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당국 경제살리기 절치 부심
중국 경기침체 심각성을 우려한 듯 중국 지도부도 최근 들어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5~6일 이틀 동안 도시철도·도로·항구부두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총 60개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승인했다. 총 투자규모만 무려 1조 위안(약 18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구이저우(貴州)성 등 각 지방정부에서도 수천억 위안에서 많게는 수조 위안 대 규모의 각종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지방정부에서 발표한 투자 규모는 무려 17조 위안(약 3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은행권 대출부실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로 이러한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중국 은행권 부실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약 4% 증가한 4564억 위안으로 3분기 연속증가세를 나타냈다.
중국 은행권 부실대출 문제는 지난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발발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해 각 은행에서도 대출 규모를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대두됐다. 지난 2009~2011년 3년간 은행권 대출 잔액이 거의 갑절로 뛰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중국 경제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영난에 처한 각 기업들이 은행대출금 상환 만기를 연장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3000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는 사실 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
체적인 분석이다.
또한 그 동안 시장에 만연했던 중국 당국의 금리 인하, 지준율 인하 등과 같은 추가 통화완화정책도 당장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물가가 8월 2%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범위 내로 통제되고 있어 9월 중 지준율이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3차 양적완화를 시행키로 하면서 중국 물가 및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돼 중국 통화정책운용 여지의 폭이 좁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다만 중국이 최근 내놓은 수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그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 9월 12일 수출기업들의 세금 환급 절차 간소화, 신용 보험 적용 범위 확대,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 확대에도 힘을 쏟는다. 국무원은 첨단 기술 장비 등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 수입 확대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수출환급세율을 인상해 수출업체들의 경영난 부담을 경감시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 정부, 경기 정상궤도 진입 자신
지난 3월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8%에서 7.5%로 하향 조정하며 ‘바오바(保八, 경제성장 8%이상 유지)’ 포기를선포했다.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 정부의 엄살로 여기며 중국이 올해에도 무난히 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경제침체 우려가 가시화되자 대다수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3분기 바닥을 찍고 4분기부터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3분기 바닥론’ 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국가신식중심 경제예측부 판젠핑(范劍平) 주임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7.7~7.8%로 ‘바오바’가 실패할 것으로 점쳤다.
UBS와 ING 그룹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종전의8.0%에서 7.5%로 조정했으며 골드만삭스도 8.0%에서 7.6%로 내렸다. 또한 모건스탠리와 BOA 메릴린치 그룹은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8.5%, 8.0%에서 8.0%, 7.7%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8% 성장률을 유지해왔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8.1%, 2분기 7.6%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러한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속에 최근 중국 원자바오 총리등 중국 정·재계 석학들이 나서서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해 이목을 끌었다.
9월 11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제6차 세계경제포럼(WEF·일명‘다보스포럼’)에서 원 총리는 개막 연설을 통해 “중국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으며, 안전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글로벌 재정 위기 속에서 중국은 금리 유지, 소비 촉진 등 적절한 정책을 펼쳤다”며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일련의 조치로 경제는 정부가 설정한 목표치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원 총리는 현재 중국 경기둔화세가 명확해지고 있으나 곧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 현재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반박했다.
◆ ‘부동산시장 통제’ 정책 지속
“내년 3월 이후 집값이 폭등할 것이다.” <중국 화위안(華遠)부동산 런즈창(任志强) 회장>
“중국 부동산 시장이 2~10년 내 붕괴할 것이다.” <랑셴핑(郞咸平) 홍콩 중문대 교수>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 동향을 둘러싼 전망에 중국 부동산 재벌인 런즈창 회장과 중국 경제석학 랑셴핑 홍콩 중문대 교수가 내놓은 상반된 의견이다. 그만큼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움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70개 중국 주요도시의 신규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그러나 전월 대비로는 70개 대도시 신규주택 가격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7월 0.1% 오른 데 이어 8월에도 0.1% 상승한 것. 특히 70개 도시 중 53개 도시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7월 57개보다 소폭 줄어든 것이다.
중국지수연구원 통계도 마찬가지다. 통계에 따르면 8월 중국 100대 도시 신규주택 평균가격은 ㎡ 당 8738위안을 기록했다. 7월 8717위안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억제책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중국 주택 시장이 다시 온기를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지난 6~7월 두 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시장에 돈을 푼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부동산시장 규제책만큼은 고삐를 풀지 않는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특히 10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의 지도부 교체를 앞둔 중국 지도부로서는 사회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집값 급등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장 9~10월 주택시장 성수기를 맞아 집값이 급등할 것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각종 주택시장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산둥(山東)성,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등지에서는 분양금 관리감독을 한층 강화하고 분양가 과다 책정 아파트 분양사업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의 규제책을 잇 따라 시행했다.
또한 중국 공상·건설은행 등 주요 은행권의 일부 지점에서는 현재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금리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중국 중앙은행은 시장에 돈줄 풀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집값 급등 현상을 목격한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다가는 지난 2년 간의 집값 잡기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주택 억제책으로 중국 주택시장 최대 성수기인 ‘금구은십(金九銀十)’의 계절인 9월이 왔지만 중국 주택시장은 그다지 기대만큼 활기를 띠지 않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9월 첫째주(9월3~9일) 중국 대부분 도시주택 거래량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우한(武漢) 등 도시 주택 거래량은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트레저리홀딩스, 티시먼 스파이어 등 해외 부동산 기업이 중국 내 부동산 매각을 물색 중이라는 보도가 전해지는 등 부동산 시장에서 외자 이탈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시장 내 해외자본 유입증가율도 20~30%로 둔화되고 있다. 지난 2007년만 해도 외자 유입증가율은 632%를 기록했으며 2010년엔 66%에 달했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3차양적완화(QE3)로 자금이 중국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와 중국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회복시켜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증시, 바닥권에서 엎치락뒤치락
최근 들어 중국 증시는 각종 악재 호재가 겹치면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정부 경기부양책, 유럽중앙은행의 채권 무제한 매입 결정, 미국연준의 3차 양적완화 발표 소식에 9월 초반까지 중국 증시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8월 붕괴됐던 2100선을 단숨에 회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댜오위다오 갈등 사태를 맞아 다시금 고꾸라져 다시 2100선 아래에서 주춤하고 있다(9월18일 기준).
여기에 미국 3차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돼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 물가 부동산 급등을 초래할 수 있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가져올 은행 부실대출 우려와 지방정부 재정악화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꼽혔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 향방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중국 유명 경제학자인 한즈궈(韓志國)는 9월 17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을 통해 “중국 증시가 더 심각한 엄동설한에 돌입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중국 증시가 2005년 1000p대가 붕괴됐을 때와 비교해 현재 펀더멘털이나 정책, 자금면에서 더 나은 게 뭐냐”고 반문하며 “심도 있는 분석도 할 것 없이 쫌만 생각해보면 앞으로 중국 증시가 어찌 될지 답은 뻔하다”고 말했다. 한즈궈는 “중국 경제와 증시엔 거의 다 악재뿐”이라며 “불 마켓은 기대하지 말고 손실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증시의 폭락이 중국 경제 침체와 기업 수익률 둔화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중국 증시의 반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중국 인민은행이 17일 금융개혁발전 12ㆍ5 계획`을 발표하며 다국적 기업 전용시장인 국제판 시장을 조만간 개설하겠다고 밝힌 점도중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매체들은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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