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들은 웅진그룹이 정상화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향후 위기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 총 부채규모가 4조원대로 추산되는 데다, 일부 주력 계열사들의 단기차입금도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그룹 정상화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웅진그룹을 상징하는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된 점도 그룹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웅진코웨이 측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도 직원들의 동요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웅진그룹 전 계열사 부채 4조3000억원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를 비롯한 웅진그룹 계열사 29곳의 부채는 6월 말 현재 4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은행권 2조1000억원, 비은행권 1조2000억원 등 총 3조3000억원에 달했다. 비금융기관 차입금은 공모회사채 및 CP 5000억원, 기타차입금 5000억원 등 1조원이었다.
웅진홀딩스, 극동건설 등 회생절차를 신청한 계열사와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 업황 전망이 불투명한 계열사의 부채규모는 2조1000억원으로 그룹 전체 부채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들의 부채규모는 최근 급속도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웅진홀딩스의 경우 부채가 2010년 말 2조3126억원에서 올해 6월 3조원으로 늘어났고, 이 기간 극동건설은 6359억원에서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7개 전체 주력 계열사의 부채 또한 4조4331억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39.2% 증가했다.
기업 건전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올해 6월 말 현재 극동건설의 부채비율은 376.1%로 2010년 말 173.6%의 2배 이상으로 커졌고, 웅진홀딩스는 이 기간 부채비율이 216.1%에서 374.2%로 늘어났다.
특히 부채 중 단기차입금도 크게 늘었다. 웅진홀딩스의 단기차입금은 6월 말 현재 6242억원으로 2010년 말보다 35.6% 증가했다. 극동건설도 이 기간 2624억원에서 4165억원으로 58.7%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정상화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앞으로 갈 길은 가시밭길"이라며 "우선 총 4조원대로 추산되는 부채규모가 당장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코웨이 매각 여부가 관건
일각에는 웅진코웨이 매각 여부에 따라 웅진그룹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웅진코웨이 매각 관련 결정권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법원이 코웨이 매각이 완료됐다고 판단할 경우 MBK파트너스로부터 유입되는 1조2000억원으로 홀딩스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된다. 현재 홀딩스의 금융권 총여신은 5500억원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아직 정상화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면 코웨이의 향방에 따라 상황은 변할 것"이라며 "코웨이의 매각이 이미 90% 이상 진행됐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완료된 것으로 판단하면 방향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일단 법정관리에 들어갈 땐 기업을 살려냈을 때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판단한다"며 "홀딩스 입장에서는 코웨이를 가지고 있는 게 좋겠지만, 법원은 MBK가 인수하는 게 경제적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웅진홀딩스는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웅진코웨이가 이달 말 경영권 매각협상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2일 매각대금 1조2000억원을 넘겨받을 계획이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도 이날 오전 서울 본사에서 "매각이 거의 완료단계인 데다, MBK는 돈이 다 준비돼 있는 상태에서 매각이 중단됐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법정관리 전에 매각을 완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사장은 "법원이나 채권단 입장은 어차피 빌려준 돈을 받아야 한다는 것 하나밖에 없다"며 "법정관리 신청으로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됐지만 결국 매각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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