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모두 ‘서민과 중산층에 직접 적용되는 세금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지만 ‘세금폭탄론’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대선후보 모두 복지확대는 외치면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실질적으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 복지 수준을 가늠하게 될 것은 결국 재원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넘어갈 국채 발행이나 연기금 활용 등 기존의 재원 확보 방안을 배제하면 조세개혁만이 유일한 카드로 남는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모두 집권하면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증세가 대선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복지강화 공약(19대 총선)을 전부 이행할 경우 새누리당은 75조원, 야권은 165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써야 한다. 소득세나 법인세 등 주요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는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규모다.
정부가 마련한 2013년 세제개편안으로도 5년간 1조7000억원가량 세금을 더 걷는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강화는 증세 논쟁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도 증세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아 섣불리 증세카드를 꺼냈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현재까지 대선후보들이 밝힌 복지 재원 방안을 종합해보면 우선 박 후보는 “정부의 비효율적 씀씀이를 줄여 복지 재원의 60%를 마련하고 세수 확대로 나머지 40%를 충당할 것”이라며 세수 증대가 반드시 증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소수의 특정계층을 타겟으로 한‘부자 증세’보다는 세원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문 후보는 ‘슈퍼 부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와 조세제도 개혁을 제시했다. 부자 감세 철회, 대기업의 실효세율 상향 조정, 소득세의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슈퍼 부자’ 증세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
안 후보 역시 증세의 불가피성을 밝히면서도 “조세 정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서민층이 증세의 결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이를 보편적 증세로 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 전문가 “증세 없이 복지 수요 못맞춰”..세금폭탄 우려
전문가들은 대선이 끝나면 복지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올려야 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감당할 수 없다면 세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복지공약의 예산을 맞추려면 증세를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연구위원은 “현재 예산으로는 공약으로 나온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증세 아니면 다른 분야의 세출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경직성 예산이 많아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 증세만으로는 복지예산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세원을 확충해 조세시스템을 조정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늘어나는 복지서비스를 예산으로 감당이 안돼면 세금을 걷어야 할 것”이라며 “복지 계획에 따라 정부 지출 구조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기근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은 “복지 계획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가 공식으로 발표한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얘기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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