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고민, "저금리에 고객이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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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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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화 하면서 은행들이 수신고의 자금 이탈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를 내리자, 고객들이 또 다른 자금운용처를 찾아 예금을 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2일 한은 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총예금 잔액은 8월 972조2405원으로, 7월 972조7754억원에 비해 5349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수신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정기예금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정기예금(평균 잔액)은 지난 5월 578조원에서 △6월 584조원 △7월 589조4000억원으로 매달 증가하다 8월 들어 589조2000억원으로 2000여억원 급감했다.

9월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주요 4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은행의 정기예금이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정기예금은 8월 121조4974억원에서 9월 119조4538억원으로 2조436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총수신도 8월 214조9618억원에서 9월 213조1957억원으로 1조7661억원 줄었다.

우리은행은 7월 92조5722억원에서 8월92조1269억원, 9월 91조6737억원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7월 70조1627억원에서 8월 69조4437억원으로 줄었다가 9월 70조852억원으로 소폭 올랐다.

이처럼 정기예금이 감소한 데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3.7~3.8%대에서 3.2~3.4%대로 최고 0.5%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예금금리를 인하해 정기예금 금리는 4%대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이같은 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또 다시 내려가면 예금금리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에 은행들은 예대마진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7월 이후 금리가 낮아진 후에도 정기예금은 늘고 있었는데, 금리 인하가 두 번 지속되니까 고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저금리가 계속 유지되니깐 정기예금에 투자하는 부분이 약해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개인 투자처가 없는 상황으로 정기예금으로 안전한 투자를 하던 고객들이, 금리가 낮다보니 생활자금으로 쓰는 게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퇴직자나 노령층의 경우 예금 이율이 하락할수록 생활에 타격이 크다.

하지만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입장에서는 예금만 바라보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 대출도 주춤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기예금 감소가 아직까지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시중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을 내놓는 등 떠나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한 판매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저금리가 지속되다 보니 어딜가도 좋은 투자처를 찾기가 힘들다”면서 “만기가 도래한 고객의 신규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곳을 찾아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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