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톱 1% 고소득층, 즉 연간 가구 소득 45만 달러(개인은 40만 달러) 이상은 현행 소득세율 35%에서 39.6%로 높은 세율을 부담하게 됐다.
상·하원이 이날 모두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미국의 중산층들은 자녀 대학 학비 등에 적용되던 세금 크레딧 혜택을 보게 되고, 200만명에 이르는 장기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을 계속 받게 됐다.
이날 새벽 상원에서 89대 8,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법안을 놓고 종일 토의를 벌여온 하원은 '더 시간을 끌면 납세자들의 세금 인상이 현실화되고, 재정절벽에 빠진 미국 경제에 관한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는 부담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은 지난 1991년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세금 인상에 반대하고 이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기부양 세금 인하에 찬성하는 등 결과적으로 20여년 동안 세금 인상에 반대했으나 재정절벽이란 위기 앞에 노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법안은 또한 500만 달러가 넘는 상속재산에 대해 현행 35%의 세율을 40%로 올리게 했고, 연간 가구 소득 4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 납세자에 대해 자본이득세와 배당세를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세금정책센터(TPC)는 "새로 시행되는 재정절벽 법안에 따라 연간 50만~100만 달러 소득 가구가 올해 더 내야 하는 세금은 평균 1만5055 달러이며, 100만 달러 이상 소득 가구는 17만1330 달러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법안 시행에 따라 새로 얻는 세수 증가분의 90% 정도를 연간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속득층이 부담하게 된다.
베이너 의장은 연간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가구, 즉 미국 전체 납세자의 약 0.2%에 한해서만 소득세율을 올리는 '백업플랜'을 협상 과정에서 제안했지만, 동료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하원에 상정조차 못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후 협상은 백악관과 상원 공화당(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등) 주도로 이뤄져, 상원이 먼저 법안을 통과시키고, 하원이 통과시키는 과정을 밟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표결 이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원의 표결과 법안 통과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 납세자들이 큰 세금부담을 덜게 됐고 미국 경제가 또 한 번의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앞으로 수 주 이내 본격화될 정부 부채한도 상향조정 협상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부채한도는 반드시 높여야 하며, 이를 놓고 공화당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하원에서 나온 257표의 찬성표는 공화당 85표, 민주당 172표였으며, 공화당 의원 151명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베이너 의장과 캔터 원내대표도 개인적으로 이번 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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