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이미 각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혔겠지만 1·2월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데다 시장상황이 워낙 안좋으니까 선뜻 분양에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도 일단 계획은 잡아놨지만 하반기에나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중견건설업체 H사 관계자)
이달 부동산 시장에 전국적 '블랙아웃(암전·정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취득세·양도세 감면 혜택이 지난해말로 끝나 거래 공백이 예상되고 분양 물량도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어서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은 1%에서 2%로, 9억~12억원은 2%에서 4%, 12억원 초과는 3%에서 4%로 높아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공백기간이 있기 때문에 거래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안정되려면 경기부양책들이 새로 나와야 하는데 연초에 대거 발표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 종료…새해 매매시장 '거래공백'
취득세 감면 종료로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은 급매물을 제외하면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 지난해 9월 10일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이후 거래량이 늘었지만 이미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관망세로 전환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9억원까지 거래됐지만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문의가 끊겼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 한강푸르지오' 전용 84㎡도 6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연말연시를 거치면서 급매물이 6억원까지 나왔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도 10억~11억원 사이에 매매됐지만 최근 호가가 9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강남구 도곡동 강남공인 최문숙 대표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났기 때문에 당장 급한 일부 수요자를 제외하면 문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성북구 돈암2동 중앙공인 이순옥 대표는 "집주인들도 일단 시장 상황과 새정부의 대책 발표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여서 몇몇 급매물을 제외하면 물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의 문의는 많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거래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대책 발표와 함께 발표 시점부터 법안 통과 전까지의 거래에 대해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지난해 초에도 취득세 감면 시행 종료 후 주택거래가 극심한 침체를 겪은 바 있다"라며 "박근혜 당선인이 취득세 감면 연장을 사실상 공약했기 때문에 정부 발표가 있기 전까진 공백이 올 수밖에 없고, 대책 발표가 늦어지면 2월 '신학기 특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 '눈치보기'…분양시장도 잠잠
분양 시장 역시 조용한 연초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총 3927가구로 전년 동월(8067가구)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08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는 최저 수준이다.
서울에선 우림건설과 롯데건설이 양천구 신월동 신월뉴타운 1-4구역에 '롯데캐슬&우림필유'를 공급한다. 총 930가구(전용면적 59~129㎡) 규모지만 일반 물량은 19가구에 불과하다.
부산에서는 대방건설이 강서구 명지동 명지국제도시 A3블록에 '명지대방노블랜드'를 분양할 예정이다. 총 800가구(전용 59~84㎡) 규모다. 금정구 부곡동에서도 서희건설이 총 324가구 분양 계획을 잡았지만 지역주택조합사업이기 때문에 실제 분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충남 천안시 차암동 '천안차암e편한세상' 1024가구(전용 51~84㎡)도 이달 중 공급될 예정이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중흥S-클래스리버티' 849가구(전용 74~84㎡)는 임대주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통적으로 1월은 분양 비수기인 데다 신정부 출범으로 인한 관망세까지 겹쳐 내년 1월에는 더욱 물량이 적게 공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 명지국제도시와 천안 차암동 분양이 주목할 만한데 청약 열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