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1000만번째 외래관광객으로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리팅팅 씨(28)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이 지난해 111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는 무려 283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했다. 지난 2003년 이후 9년째 연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같은 중화권인 대만과 홍콩 역시 전년 대비 32%와 38%가 증가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을 제치고 처음으로 한국 방문객 1위 국가에도 올랐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자체도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 '열풍'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60만명을 넘어섰다. 당초 목표치보다 10만명이 많은 수치다. 특히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중국인이었을 정도다. 올해도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먼저 중국 국영여행사 캉후이(康輝)와 중국인 관광객 5만명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오는 7일 체결한다. 캉후이는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정해 중국 내 220개 지점과 5500개 대리점망을 통해 제주 판촉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난징, 시안, 충칭 등 중국 9개 도시에서 제주를 오가는 전세기 운항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상남도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경상남도는 중국 1·2위 여행사와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사천공항에 전세기를 유치, 올해 남해안과 내륙 관광지에 중국 관광객 50만명을 불러들일 계획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정서와 맞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대장경천년문화축전 등 국제행사를 중심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중국 최대 관광시장인 중국 상하이 지역을 집중 관리한다. 강원도는 2018년까지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상품 전문업체인 상해휴정국제여행사와 중국 관광객 5만명 송객과 양양공항 전세기 운항 활성화 등 7개항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또 중국 시장 맞춤형 관광상품 개발과 동해안권 쇼핑센터 건립, 관광휴양형 중국음식점 유치, 관광안내체계 개선 등 관광인프라와 손님맞이 서비스 태세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유통업체 새해 특명, 큰 손 '요우커' 잡아라
불황이 지속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국내 유통업체에 유일한 위안거리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인 관광객은 유통업체에 큰손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국경절 기간에 중국인들은 12만5000명이 한국을 찾아 2700억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백화점업계 톱 3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본점 중국 소비자 매출이 115%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에 중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37%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압구정본점 기준으로 같은 기간 260%라는 놀라운 신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의 매출비중이 높아지면서 각 유통업체들은 대중국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6월 위안화 결제를 시작해 현재 모든 점포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결제를 비롯해 달러·엔·유로·위안 등 4개 통화 환전도 가능하다. 본점에서는 중국어 가이드를 채용, 중국인 방문객들에게 쇼핑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신관 1층 정문에서 중국어 통역 데스크를 운영해 중국인 방문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각 브랜드 매장에서 외국인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간단한 통역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춘절·국경절 등 중국 연휴 기간에는 중국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배치해 통역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더불어 위안화에 대한 환전서비스를 비롯해 현지 통화 결제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자국통화 결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기존 달러·엔·유로에 적용하던 것을 홍콩·싱가포르·대만 등 11개국 통화로 확대했다. 20만원 이상 구매한 중국인 고객에게 5%를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은 중국인 통역 안내서비스를 제공, 브랜드별 위치를 비롯해 주변 명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 급증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외국인 전용 유사 면세점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현재 서울 마포구 동교동·연남동·서교동 일대에 40여개 외국인 전용 유사 면세점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립 중인 유사 면세점도 2~3곳이 더 있으며 향후 매출 추이에 따라 더 많은 곳에 유사 면세점이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유사 면세점은 여행사와 연계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비즈니스 호텔 건립 이어져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비즈니스호텔 건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관광 1번지' 명동을 중심으로 청계천과 서울역 인근에 호텔들이 경쟁하듯이 뛰어들고 있다.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중구 내에 비즈니스호텔은 현재 30개로 모두 7600개의 객실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중구청에서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호텔만 20개에 이른다. 이 호텔들이 완공되면 3000실 이상의 객실이 보충돼 관광객 수용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호텔들의 진출도 눈에 띈다. GS그룹 계열 호텔 전문회사인 파르나스호텔은 명동에 첫 비즈니스호텔인 '나인트리 명동'을 지난해 12월에 개장했다. 파르나스는 GS건설과 무역협회가 함께 출자한 회사다. 현재 서울 삼성동에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고 있다. 파르나스 측은 이번에 개장한 비즈니스호텔이 명동의 대표 호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층엔 화장품숍 등 매장이, 3층에는 레스토랑이, 4~16층에는 144개 객실이 각각 들어서 있다.
중저가 호텔인 '시티호텔'을 운영하며 좋은 실적을 올린 롯데호텔 역시 청계천 인근 을지로2가 기업은행 맞은편에 22층짜리 관광호텔을 설립하기로 했다. 롯데호텔은 이 부지에 지하 5층~지상 22층, 453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을 만들고 있으며 2015년 10월 개관할 예정이다.
웨스틴조선호텔 역시 서울역 인근에서 비즈니스호텔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완공 예정인 350실 규모의 호텔이다. 웨스틴조선이 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특급호텔이 중심이 되는 서울 시내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중화권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의 비즈니스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오는 2015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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