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은 장기화되는 저성장 기조가 글로벌 문제점으로 떠오르면서 근본적 원인으로 '혁신위기'를 꼽고 있다.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난해 9월 'Policy Insight'라는 기고문에서 2004년 이후 미국 노동생산성 증가율 하락을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이후 발명 중심인 엔터테인먼트·통신기기는 전깃불, 자동차 등처럼 노동생산성이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고든 교수는 "지난 250년간 빠른 성장추세가 앞으로의 빠른 성장을 보장한다기보다는 인류 역사상 하나의 특이한 사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옥스퍼드대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원인이 혁신위기인지 금융위기인지에 대한 토론을 개최하는 등 미국과 선진국에서는 경기침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 토론회에는 게리 카스파로프 러시아 정치운동가, 피터 시엘 실리콘밸리 기업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마크 셔틀워스 최초 흑인 우주비행사 등 유명 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해 관심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게리 카스파로프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최근 발명품들이 대단하다"고 전제한 뒤 "파급효과 측면에서 전구·내연기관·인공위성 등 과거 발명품과는 비교할 수 없으며, 현재 정치·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위험 기피로 기술진보와 혁신이 정체되고 있다는 혁신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혁신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위기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기침체를 혁신위기로 몰고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높다. 현재 경기침체가 혁신위기로 규정될 경우 심각한 사회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최근 경기침체의 주된 원인은 기술진보 정체에 따른 혁신위기가 아니라 신용 팽창과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라며 "현재 경기침체는 과거에 있었던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침체들과 매우 유사하며 이는 우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신용위축이 지속될 경우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중요한 원천인 소기업·신생기업을 위축시켜 장기 성장잠재력을 낮출 수 있다"면서 "만약 카스파로프 등의 가설이 맞다면 세계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원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 속에서도 장기적 성장 원천으로 기술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가 혁신역량 구축 세션에서는 어떤 나라도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없으며, 국가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산·학간 협력, 정부·민간 R&D 투자 확대, 교육훈련 강화가 핵심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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