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지금 박근혜 정부에 필요한 건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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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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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지승 기자="옷을 입지 않은 임금을 보고 벌거벗었다고 말한 소년의 우화는 그 소년의 순진함이나 용기만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어리석은 소년에 의해서 온 사회의 허위가 벗겨지기까지 그 임금과 재상들, 어른들과 학자들, 백성들은 타락과 자기부정 속에서 산 셈이다."

진실을 외면한 인간의 단면을 통찰한 고 리영희 선생의 말이다.

옷을 걸치지 않고서도 입었다고 우기는 '통치자의 진리와 권위'는 임금의 것인가, 측근 아첨배의 것일까. 리영희 선생의 이 같은 질문은 최근 '조용한 행보'를 자처한 박근혜 정부에 우리가 던지고 싶은 물음과 맞아떨어진다.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율은 50%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출범 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의 '불통', '밀봉' 행보가 한몫 했다.

박 당선인의 나 홀로 스타일을 두고 처음엔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인선 불발을 비롯해 정부조직개편 지연 등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 큰 문제는 박 당선인 주변에 제대로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어느 누구도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필요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의 뜻과 맞지 않거나 거슬리는 발언을 하면 '레이저 눈빛'을 쏘거나 말을 자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박 당선인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 당선인의 측근들이 그의 힘을 빌려 금배지를 달았다는 일종의 부채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아직 같은 편에 서서 당당하게 다른 의견을 주장하기에는 우리 정치권의 역사가 정비되지 않은 탓도 있다. 측근의 입에서 반대의견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추종은 미래에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금 진정한 소명감은 박 당선인에게 부재된 소통의 부족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옷을 걸치지 않은 임금에게 벌거벗었다고 말한 소년의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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