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지역본부 다수가 한 인터넷 기차여행 카페 운영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과 무료여행 등을 제공하면서도 운영진의 정책과 무리한 요구에 휘둘리는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장시간 자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지역본부는 본사가 해당 카페에 지출을 멈추고 각종 홍보를 중단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린 후에도 여행 상품의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본사 지시를 불이행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레일의 다수 지역본부는 국내 최대규모 인터넷 기차여행 전문 카페인 B모 카페에 각종 선물과 협찬을 지난 수년간 무더기로 제공했다.
호남권 한 본부는 운영진 등 주요회원 다수를 초청해 공짜 1박2일 여행을 제공했고, 충청지역 한 본부는 지역의 한 지자체와 연계해 당일 나들이와 함께 고가의 선물까지 넘겨줬다. 이외에도 많은 본부가 카페 운영진을 대상으로 편의와 선물을 제공했다.
카페와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 일부 본부는 이후 카페 측의 무리한 지원 요구를 받는다. 하지만 상당수는 순순히 따랐다. 카페의 행사에 지원금과 다양한 편의도 제공했다. 수도권 한 본부는 카페 자체행사에 장소와 470만원을 단번에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레일의 지역본부가 일개 인터넷 기차여행 카페의 소수 운영회원에 절절매는 이유는 평일 아침 매일 사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내일로 티켓 판매실적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레일 직원은 "코레일의 개별 지역본부가 내일로가 활성화된 2008년부터 이후 5년동안 B카페에 지원한 사항을 금액으로 환산해 합치면 억 대에 달할 것"이라며 "다만 많은 본부는 '벙어리 냉가슴' 상태다. 대도시를 낀 본부는 실적 채우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소규모 본부는 절박해 인터넷과 전화로 외지에 통신 판매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카페에 '찍히면' 내일로 판매량은 급감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 지역본부는 아주경제의 질문에 "카페의 시안성 높은 주요 위치에 본부를 알리고 카페 운영진이 정한 규정횟수 이상 본부를 알리는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자 카페 운영진 측과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답했다. 코레일 다수 지역본부가 '갑(甲)'이 아닌 '병(丙)' 또는 '정(丁)'의 포지션에서 해당 카페에 절절맨 이유다.
코레일의 다수 지역본부는 국내 최대규모 인터넷 기차여행 카페인 B모 카페에 여러가지금품과 협찬을 지난 수년간 대량 퍼부으면서도 카페 운영진 측의 요구에 굴종하듯 행동하며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다. 다음은 B모 네이버 카페 메인화면 상단 캡처. |
지난 2007년 여름 출시된 '내일로' 티켓은 만 25세 이하면 누구든지 새마을호·누리로·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를 입석이나 자유석으로 총 7일간 무제한 이용 가능한 상품이다. 여름·겨울방학 기간에만 출시되며, 가격은 5만6500원(2012~2013 동계기준)이다.
출시 당시 7000여장이 판매됐지만 이후 판매 촉진책을 통해 판매량은 매년 급증했다. 2012~2013 겨울 티켓은 22일 현재 18만장 넘게 판매됐다. 출시 이후 5년간 25배 이상 성장했다.
코레일은 내일로 티켓 판매를 늘리고자 지역본부 별로 판매량을 매일 집계했다. 이같은 실적은 별도 문서로 제작돼 사장에게 보고됐다. 본부 평가에도 반영되자 모든 본부는 내일로 판매에 앞장섰다. 자연스레 개별 본부 별로 과한 마케팅이 다수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남 화순의 성추행사건 또한 과도한 마케팅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내일로 티켓 판매를 늘리고자 무통장 입금 형태로 전국에 티켓을 팔면서 마케팅을 위해 빈곳이 많은 시골역을 개조해 구입자 대상의 숙소로 제공해왔던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대형카페의 횡포에 대응하고자 각종 협조를 금하는 공문을 보냈고, 자체 홈페이지도 새로 구축했다. 실적체크 또한 폐지했다"면서 "지역본부에 주의를 요구하겠다. 또한 본사 차원에서 더욱 나은 혜택을 내도록 허겠다"고 밝혔다.
<반론보도문> '기차여행 B카페의 금품수수 및 무리한 협조요구' 관련 반론보도문
본보는 지난 2월 23일자 <일개 인터넷 동호회에 '질질' 끌려다닌 코레일> 제목의 기사에서 코레일의 다수 지역본부가 국내 최대규모 인터넷 기차여행 전문 B모 카페에 각종 선물과 협찬을 지난 수년간 무더기 제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B카페에서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첫째, "B카페가 코레일 지역본부의 초청을 받아 '팸투어' 등의 여행을 다녀온 것은 사실이나, 열차경비 및 현장 기초 비용은 여행자가 부담하였고, 지역에서 받은 선물은 김, 머드팩 등 여행지의 홍보용 기념품이었습니다."
둘째, "B카페가 코레일 수도권의 한 본부로부터 '철도게임축제'의 행사 장소와 비용을 지원받은 것은 B카페가 코레일 홍보실에 철도문화중진을 위한 기획서를 제출한 것이 채택되어 정식으로 지원받은 것이며, 코레일의 '내일로' 티켓 판매 실적과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셋째, "코레일 개별 지역본부가 2008년 이후로 5년간 지원한 내역이 억대에 달한다는 내용은 과장된 표현이며, B카페는 팸투어의 기초지원 형태를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본부로부터 금품 또는 현물을 받은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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