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산시 상록수 보건소 김정란) |
8등신 미인처럼 건물들이 서있는 인천송도 국제도시와 인천대교, 선박, 뭉게구름 속 비행기, 새하얀 풍력발전기와 노을, 호수, 철새 떼, 간척지 들, 황금이 매장돼 있다고 소문난 황금산까지...여기는 천상의 나라 ‘쌀 섬’ 마을이다.
섬은 화려한 번영이 시작되는 시화호와 바다를 끼고, 쭉 뻗은 시화 대교로 가기도 하고 화성 마산포 쪽에서 방수제 길로 호수와 철새를 감상하며 가기도 한다.
방수제 길 오른편 간척지 들에는 버드나무처럼 가녀린 나무들이 미지의 세상을 돋보이게 하며, 붉은 노을은 신(神)이 물감을 엎지르셨는지 온통 하늘에 퍼진다.
그 길 벤치에 앉아 감상하는 호수 저편의 ‘쌀 섬’은 아침녘 물안갯속에서 연꽃처럼 피어나는 몽유도원(夢遊桃源)이 된다.
청둥오리 어미는 새끼를 데리고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안산의 시조(市鳥)인 노랑부리백로는 하얀 드레스와 화관을 걸치고 발레 몸짓을 하기도 하고, 두루미 떼의 춤사위는 신(神)께서 직접 지휘한다.
저녁 나절이면 고라니 가족의 비밀스러운 산책도 가끔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빛 그림자가 되어 사진이 되고, 화폭이 되며, 시인의 노래로 탄생이된다. 이러한 꿈결같은 풍경은 어린시절에 보았던 이곳 바다를 더는 그리워하지않게 만든다.
길을 따라 마주한 들 위의 ‘쌀 섬’은 소박하고 예쁘다. 키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시골 아낙네같은 해송과 운치 있는 큰 바위가 지탱하고 있다.
섬은 멀리서 보면 털이 드문난 꼬막 조개의 뚜껑과도 같다. 맑은 날이면 대부 쪽 시화 대교 끝자락에서도 얌전한 자태를 살짝 보여주기도 한다.
안산문화원에서 제작한 대부향리지의 기록에 의하면, 섬 들에는 가뭄이 심하였으나 해방 후 관정을 판 후, 물이 많아져 밥에 기름기가 흐르고 부드러워 ‘쌀 섬’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바다에 떠있는 섬은 아니라고 한다.
바다 위의 섬이 아니면 어떠랴... 언제든지 물길을 터 섬으로 만들면 되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사랑 ‘쌀 섬’이 이 모습 이대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 동동에 영원히 남아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
또 섬 왼편에는 시화대교에서 보이는 송도 바다만큼이나 큰 대지가 펼쳐진다.
방아 머리 마을의 키다리인 하얀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라들도 섬 들로 들어와 오색풍차와 함께 바람개비가 되어 춤춘다. 빨강, 분홍, 주황, 하얀색 코스모스와 함박웃음을 머금은 팬지 무리는 어여쁜 섬의 신부가 된다.
갈대숲은 마음껏 바닷바람까지 몰고와 잔칫날 하객이 되어주고, 염생식물인 함초와 칠면초는 비빔밥 새싹 꾸러미 장식이 된다. 빨강 머리띠를 두른 풍차 앞 아주 조그마한 섬은, 오뚝한 비단 족두리가 되어 신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걸어도 걸어도 끝없는 들은 비로소 2012 임진년 흑룡의 해에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되는데, 그 이름은 대부 바다향기 테마 파크이다.
어느 날 밤, 정전으로 혼비백산이된 영전 마을을 뒤로 한 채 ‘쌀 섬’ 에서의 꿀맛같은 밤 놀이를 기억해 본다.
밤마다 섬 하늘에는 별이 송송 피어난다. 내 얼굴에 별이 쏟아진다. 별에 게 시선을 뺏기고 있으면, 형형색색 불꽃처럼 반짝거리는 인천 영종도 행 비행기가, 타국 의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달을 피해 내 머리 위를 천천히 지나간다.
혹, 소음이라도 날까 내 눈치도 힐끔 보면서 간다. 저 비행기는 낮에 보면 상어 인데, 밤에 보니 사뿐히 내려앉는 별꽃 속의 노란 나비이다. 사라지는 나비의 끝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면, 바다와 어울어진 송도 신도시의 야경이 나타난다.
그 옆 인천대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어 초록, 파랑, 보라의 네온사인 쇼가 한창이다. 그것은 세계 3대 야경인 홍콩, 하코다테, 나폴리 밤거리와 겹쳐지기도 한다.
나는 이 아름다움에 취해 후다닥 섬 정상에 올라 헨델의 ‘사라반드’를 소프라노로 크게 불러 화답한다. 천국에서 호젓하게 보낸 황홀한 밤이었다.
지금 ‘쌀 섬’ 마을에서는 빛나는 거대 역사(안산시관광종합개발, 시화호 조력발전소, 시화 멀티테크노밸리, 송산그린시티, 수도권광역교통망,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가 펼쳐지고 있다.
이렇게 섬은 사방으로 넓게 펼쳐진 들에서 만물이 서로 소통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아침과 낮, 밤마다 아름다움이 물드는 풍광과 화려한 도시와의 어울림, 하늘과 대지의 풍성함, 호수와 바다의 균형과 조화, 인간과 자연의 소통, 자치단체간의 협력적 동반 관계를...
영전 마을 황금 산 봉우리의 아침 햇무리를 노을이라 가리키는, 7살짜리 어린 손자를 데리고 섬 정상에 올랐다.
녀석은 들을 넘어 송도 바다 쪽을 바라보며 마법의 성에 온 듯 탄성을 자아낸다. 그 때 영화 ‘벅시’가 떠오른다.
무모하지만 개척정신이 뛰어난 주인공 남자가 황량한 네바다주 사막을 바라보다가 대규모 관광 호텔을 생각해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플라밍고 호텔이, 신도시 개발의 시초가 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라스베가스’가 탄생되었다는 실화다
지금은 어리기만 한 내 손자, 손녀 세대가 화려한 청춘이 되었을 때, 천상의 나라인 내 사랑 ‘쌀 섬’ 마을도 찬란한 도시가 되어 있길 염원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가치로, 천년을 누리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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