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센터 이옥경 대표. |
이옥경 가나아트센터대표는 9일부터 여는 '나의 벗,나의 애장품'전을 기획하면서 작품소장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고 했다.
가나아트센터 개관 30주년 기념전으로 마련한 이 전시는 원래 컬렉터들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작품을 선정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컬렉터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들은 돈이 많은 수집가가 아니라 진정한 '미술 애호가'였다. 작품 하나로 위안을 얻고, 작품 때문에 힘을 내기도 했다. 또 그 작품때문에 다른 그림을 보고 사랑하는 마음은 열정 그 이상이었다.
이 대표는 "어떤 작품을 소장하는 일은 오랜 세월을 바라본 안목과 부지런히 쫓는 발품, 그리고 특별한 인연이 항상 돈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컬렉터들을 통해 다시한번 마음에 새겼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투기 논란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온 탓에 소장가들은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대표는 안타까웠다. 그가 만난 주요 소장가들은 미술품 소장이 예술을 아끼고 후원하는 일인 소중한 일인 동시에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
그는 컬렉터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같은 취미를 가진 분들이어서인지 금새 분위기가 활기가 넘쳤어요."
그 시간이후 소장가들은 투명한 미술시장의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고 가나아트센터 전시취지에 동감했다.
이렇게 탄생된 '나의 벗, 나의 애장품'전은 지난 30년간 가나와 함께 한국미술계를 지지해온 50여명의 컬렉터들이 꼽은 최고의 애장품 70여점을 선보인다. 출품 작품보험가액만 350억원에 이른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소장가들의 보이지 않는 '안목경쟁'은 즐거운 에피소드가 됐다. 그들은 심사숙고 끝에 출품작품을 선정했고, 또 이 작품이 그 작가의 작품 가운데 혹은, 미술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따졌다.
이 대표는 "소장가들은 누가 어떤 작품을 내는가를 서로 궁금해할 정도였다"면서 "미술사가 못지않은 컬렉터들의 해박한 지식과 진심 어린 애정과 각별한 애착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미술시장 블루칩작가 고영훈의 초기 극사실화(1974년) 작품은 일신방직 김영호회장의 애장품. 김회장이 작가의 대학졸업전에서 구입한 이 작품때문에 작가는 어렵고 힘들때마다 큰 힘이 되기도 했다. |
개관 30주년을 맞은 가나아트센터의 '단골 손님' 컬렉터는 200~300명. 이 전시는 소장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애장품을 공개하는 첫 전시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소장품은 수집한 사람의 취미와 기호를 반영한다. 고미술부터 근현매 빛 해외미술품까지 다양하게 나온 이 전시는 국내 컬렉터들의 안목은 물론, 작품의 소장처를 알 수 있는 귀한 자리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헨리무어와 김경의 작품을,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은 이쾌대의 '부인도'를 김종규 삼성출판 박물관 관장은 근원 '김용준의 문방부위도'를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은 '토마스 스트루스의 사진'을 배동만 전 제일기획 고문은 천경자의 여인과 도상봉의 '백자 항아리', 신성수 고려산업 회장은 최욱경과 양달석의 회화들을 선보인다.
또 일신방식 김영호 회장은 고영훈의 초기 작품을, 안병광 유니온약품회장은 이중섭의 '싸우는 소'를 변기욱 삼화여행사 대표는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이상만 마로니에 북스 사장은 줄리안 오피를, 이상준 호텔 프리마 대표는 천경자의 여인작품을 출품했다. 의사인 홍승의씨는 오윤의 목판화를,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곤 관장은 자하 신위를 글씨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20년간 고른 고미술 소장품을, 이성락 가천대 명예총장은 손상기와 한묵의 작품을,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는 법정스림의 글씨를 화가 김종학은 농기구를 소개한다.
이옥경 대표는 "미술품은 돈의 경쟁이 아닌 눈의 경쟁이다. 곧 미술애호가들의 안목싸움은 문화 예술의 격이 올라가고 예술감상의 저변이 확대 될수록 그 가치가 확대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품 소장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입장료 5000원.(02)720-1020
고 최욱경화백의 연필드로잉 작품은 작가가 생전에 아끼고 오랫동안 공들인 그림으로 신성수 고려산업회장은 이 작품을 첫 눈에 보고 매료돼 구입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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