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은 "사업을 접으란 소리냐"며 반발했고, 소비자들은 "장을 두 번씩 봐야하는 거냐"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에서 팔지 않거나 수량을 줄여 팔도록 권고할 수 있는 품목 51종을 정했다.
지정된 51개 품목은 △담배 등 기호식품 4종 △배추 등 야채 17종 △계란 등 신선·조리식품 9종 △고등어 등 수산물 7종 △사골 등 정육 5종 △미역 등 건어물 8종 △쓰레기 종량제봉투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가정에서 주로 찾는 주요 신선식품이 모두 포함된 셈이다. 이에 실제 규제로 이어질 경우 업체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 망하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정된 품목 모두 가정 식탁에 주로 올라가는 가장 중요한 신선식품들이다"며 "이러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누가 대형마트를 찾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신선식품이 대형마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가 제한될 경우 의무휴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도 두 번 장을 보라는 소리인데 소비자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명확해야 하는데 이 같은 방안이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인지 조차 의심스럽다"며 "오히려 법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품목 지정 자체는 강제성이 없지만 다른 지자체로 분위기가 확산되거나 법제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선정 품목을 토대로 4월 초에 이해관계자들과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고 국회에 법 개정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애꿎은 농민·어민·중소 협력업체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며 "대기업과 전통시장,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주부 임순희(52)씨는 "대형마트에서 두부·야채·계란을 사지 못하면 불편할 것 같다"며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때 소비자들의 입장을 한 번만이라고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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