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호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2006년 9월27일 정부는 소비자의 이익 옹호와 증진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보호법을 폐지했다. 대신 기존 소비자 권익 증진에 소비자의 책임과 의무를 더한 소비자기본법을 새로 제정했다. 소비자 보호라는 개념에서 책임과 의무를 포함한 소비자의 기본지침이라는 개념으로 법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1987년 7월에 설립된 한국소비자보호원도 소비자기본법에 발맞춰 한국소비자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소비자가 더 이상 보호의 대상만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소비와 소비 활동을 통한 사회의 책임과 의무를 포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같은 소셜네트워크 시대에는 이러한 개념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가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는 하나의 언론이자 영향력 있는 미디어,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특정기업에 대한 거짓 정보를 유포해 기업의 자유로운 생산 판매 활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들은 기업이 이미지 때문에 부당한 항의를 거절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행태는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구체적인 정보를 갖지 않기에 블랙컨슈머의 무분별한 행동에 동참하며,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킨다. 그리고는 '무관심'과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행동하기 일수다.
하나의 기업을 일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 재산을 투자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극한의 상황도 의연하게 극복하고 또 다시 일어서면서 기업 활동을 한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등 사업에 대한 집중과 끈기·근성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악덕 소비자로 불리는 블랙컨슈머들은 소셜 네트워크와 1인 미디어·언론·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을 이용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기업을 무너뜨린다.
기업과 소비자는 국가경제 발전을 이끄는 양날개와 같다. 어느 한 쪽이 이기고 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상생(相生)은 기법이 아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총체적 철학이며, 상호작용에 대한 패러다임 가운데 하나다. '나도 이기고 남도 이기는' 상생의 패러다임은 모든 대인관계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다. 소비자도 이기고 기업도 이기는 상생의 패러다임이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일 것이다.
이를 위해 화이트컨슈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화이트컨슈머들은 기업과 상생을 위해 권리를 정직하게 행사하고, 기업의 발전을 위해 비판이 아닌 발전적 제안을 해야한다. 또 사회적 책임을 다했을 경우에만 기업도 이기고 소비자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보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화이트컨슈머 캠페인'의 의미는 더 크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상생·정직·발전·책임'의 가치를 추구하는 화이트컨슈머 운동이야말로 기업과 소비자의 상생 시대를 여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공감하는 소비자들의 캠페인 참여 신청도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불신을 조장하는 블랙컨슈머의 악덕 소비문화를 근절하고 상생을 이끄는 화이트컨슈머의 바른 소비문화가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 근간에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기업도 이기고 소비자도 이길 수 있다. 아울러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세상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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