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최후의 방법으로 자체 개발을 염두에 두고 후속 방안 마련에 나섰다. 코레일이 이번 사업을 위해 빌린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증권(ABS) 원리금을 갚고 땅(철도정비창 부지)을 돌려받아 자체적으로 그곳에 주거·업무·상업·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용산 개발사업이 아직 파산한 것은 아니어서 극적인 해결책 마련을 통한 사업 정상화 가능성도 남아 있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와 함께 향후 추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양측이 꾸준히 의견대립을 보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실상 코레일 주도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이 코레일 자체 사업으로 진행되면 지금보다 사업성은 높이고 위험부담은 줄이는 방식으로 새롭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발구역에 편입됐던 서부이촌동 처리와 사업 목표인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가능할지 여부는 과제로 남게 된다.
◆사업 정상화 방안 논의 계속… 합의점 찾기 쉽지 않아
코레일은 15일 오후 3시 정창영 코레일 사장 주재로 민간 출자사(30개사)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용산역세권 개발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에는 용산역세권 사업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가 이사회에서 사업계획 변경안과 정상화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거론됐던 내용 등을 토대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코레일은 우선 긴급자금을 수혈받아 2조4000억원 규모의 ABCP와 ABS 원리금을 갚고 당초 소유했던 철도정비창 부지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은행에서 저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의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채권 발행한도를 현 자본금의 2배에서 4배로 높일 방침이다.
사업계획 변경안은 초고층 빌딩의 층수를 대폭 낮추고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사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11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80층 이하로 낮춰 건축비를 줄이고 과잉 공급상태인 오피스와 상업시설 비중도 낮출 계획이다. 대신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고, 새 정부 주거복지정책 기조에 따라 임대주택 규모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같은 코레일의 사업변경안을 민간 출자사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들이 시공권 등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협의가 불발되고 사업이 결국 무산된다면 마지막으로 코레일의 자체 개발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레일은 사업 해지를 염두에 두고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긴축예산 운용과 재정 안정화 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민간 출자사와의 협의가 우선이지만 원만히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당장 자체 개발은 어렵겠지만 사업이 최종 무산되면 1~2년 내에는 코레일이 맡아 추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정성 높지만 사업 시너지 효과는 "글쎄"
일단 코레일 자체 개발로 용산역세권 사업이 추진된다면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년여 전 삼성물산이 사업의 주도권을 포기하고 롯데관광개발이 대주주로 올라가던 당시 업계의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코레일 자체 사업으로 가게 되면 용산역세권 디폴트에 따른 후폭풍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파산할 경우 코레일의 완전 자본잠식 우려도 제기됐지만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부도날 경우 토지 매각대금 반환 등으로 코레일의 재무상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될 수는 있지만 보유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상태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달 21일 용산역세권 사업부지에 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되는 것도 자체 개발을 수월하게 하는 요인이다. 드림허브가 이때까지 사업 실시계획을 승인받지 않으면 개발구역 지정이 자동 해제돼 서부이촌동을 빼고 철도정비창 부지만 따로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코레일 자체 개발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코레일이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사업규모 축소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층수를 낮추고 오피스를 줄이는 등 사업계획을 변경하면 외자를 유치하는 국제업무지구를 짓겠다는 용산 개발의 위상 자체가 낮아질 것"이라며 "사업 근본취지가 바뀌는 만큼 사태수습 후 원점부터 사업 재검토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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