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금융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피해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더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기존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계획에 서부이촌동까지 포함시키면서 밑그림이 확대된 탓에 서울시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5~6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도 서울시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국제업무지구의 중요성 때문에 공공적인 측면이 강조되지만 현행법상 민간 시행사업으로 돼 있어 공공이 직접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 교수는 특히 서울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이 서울의 새 거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측면에서 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코레일과 서울시의 협조로 공영개발이 이뤄지면 새로운 주택정책도 결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 개발사업의 경우 설계변경 등 전반적인 사업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서울시 등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도 "코레일은 국가 재산을 물려받은 공공기업이고, 시는 시민들의 재산권 보호와 행사에 대한 책임도 지니고 있는 만큼 서로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영개발이 추진되더라도 개발사업지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보상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공영개발 보상은 민간 개발사업과 달리 관련 법규에 따른 보상만 가능하다.
시는 용산 개발계획을 수립하던 2009년 오세훈 시장 당시 서부이촌동의 한강변 아파트 단지 3곳을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개발 대상에 포함했다. 주민들은 시가 사업 좌초나 부작용에 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희망만 심어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김찬 서부이촌동 11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는 "시는 이촌동 주민을 용산 개발사업에 끼워넣은 채 방치했고, 코레일은 대주주로서 사업을 제대로 꾸려가지 못했다"며 "시를 대상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로서는 이 사업이 코레일과 30개 민간 출자사 중심으로 진행됐던 만큼, 당장 나서서 어떤 조치를 취하기는 힘든 입장이다. 더구나 사업이 당장 파산하면 자회사인 SH공사의 지분 4.9%(490억원)도 날아가게 돼 고민만 더 깊은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공영개발에 대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입장을 밝힐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 "시행사들이나 코레일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이뤄진 뒤에는 시도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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