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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확산되는 '용산 쇼크'…인근 부동산시장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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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1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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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권경렬 기자= "예전이요? 그 때 말하면 뭐합니까. 최고점이 어딘지도 모르게 끝도 없이 올랐었죠. 지금은 몇 년째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시세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이촌부동산 관계자)

"인터뷰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기사가 나가봤자 급매물을 처분하려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서부이촌동 A공인 관계자)

한국의 두바이를 꿈꾸며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 불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동안 거래가 없었던 서부이촌동은 물론이고 용산구 전체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찾아간 '용산 쇼크'의 진원지 서부이촌동에는 봄이 왔지만, 봄 기운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큰 길에는 용산 개발사업 최대주주인 코레일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뒤로 줄지어 서 있는 낡고 오래된 건물들은 따뜻한 날씨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서부이촌동은 2007년부터 개발지역으로 묶여 정상적인 매매가 불가능했다. 거래가 안되니 시세도 형성돼 있지 않다.

박혜진 이촌2동 학사공인 대표는 "서부이촌동은 그동안 거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시세라고 할 것도 없다"며 "2008년 8월 13억원까지 올랐던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84㎡는 6억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입주권 때문에 세입자 전입신고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세놓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용산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촌동 대림아파트는 가장 충격이 컸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대림아파트는 용산역세권 통합개발계획 발표 전인 2006년 80여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이후 2008년에는 5건, 2009년 1건, 2011년 1건 등 5년여간 7건에 그쳤다. 지난해는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경매 물건도 늘고 있다. 거래가 끊기면서 대출이자 등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아파트가 경매시장으로 속속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값을 받긴 힘든 실정이다. 대림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3일 3회 유찰 끝에 6억48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12억원에 달했지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3월 현재 경매시장에 나온 이촌동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65.5%다. 지난 2007년 87%에 비해 무려 21.5%포인트 하락했다.

주민들의 채무 부담도 큰 문제다. 업계에서는 서부이촌동 2300여가구 중 절반 이상이 향후 보상을 기대하고 평균 3억4000만원 가량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경매장에 나온 서부이촌동 소재 아파트 물건의 평균 채권액은 7억9912만원이다. 반면 평균 낙찰가는 5억1400만원에 그쳐 채권액의 64%에 불과하다. 서부이촌동의 경매 물건들 상당수가 '깡통주택'으로 전락한 것이다.

최석규 이촌2동 행복한공인 대표는 "용산 개발 사업만 디폴트 선언을 한 게 아니라 이곳 주민들도 이미 디폴트 상태"라며 "동부이촌동은 물론 용산역 전면구역이나 국제빌딩 4구역 등 용산구 재개발구역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 개발사업 디폴트 여파는 주변 지역 부동산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주 용산구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은 서울 전체의 4배에 달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5일 용산구 아파트 값은 지난주보다 0.12% 하락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최대 낙폭이다.



용산구 집값은 27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 2011년 1월 3.3㎡당 2546만원이었던 용산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해 3월 현재 2428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촌동 역시 같은 기간 3.3㎡당 2747만원에서 2578만원으로 내렸다.

사업지구에 포함된 한강로3가와 이촌동의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각각 2922만원과 2579만원이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고점보다 7~8% 내린 수준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서울시 전체 시세를 보합까지 올려놨는데 용산 사태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며 "최종 부도까지 가기 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더욱 하락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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