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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에 어려움 많은 배임죄 구성요건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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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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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가법상 배임 무죄율 일반 범죄의 10배 <br/>‘공정사회’·‘기업가 정신’ 함께 아우르는 입법적 배려 필요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기업 경영자의 행동이 언젠가는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에 일을 할 수가 없어 경제계에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일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모언론이 개최한 신춘좌담회에서 “2005~2008년 1심 기준으로 전체 형사 범죄 무죄율은 평균 1.2%지만, 형법상 배임죄 무죄율은 5.1%, 특경가법 배임의 무죄율은 11.6%로 10배 정도로 높다”며 “이는 배임죄 자체의 구성 요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배임액수가 5억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무죄율이 다른 범죄의 평균 무죄율보다 10배나 높다고 밝혔다.

법원은 과거 배임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게 대부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정찰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을 만든 이후에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최근 경제민주화가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재벌 총수들에게 실형선고와 법정구속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경제계는 배임죄 구성요건이 너무 포괄적이고 양형기준이 높게 설정돼 기업인들의 합리적 경영판단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최 교수는 대안으로 상법 제 622조에 규정되어 있는 특별배임죄를 개정해 상법에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하고, 적법절차에 따른 경영판단 행위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본부장도 “경영자의 의도와 달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손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게 되면 배임죄가 적용돼 기업인들이 경영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검찰이 기업인을 조사하다 나오는 것이 없으면 귀착점이 배임이고, 그러다 보니 배임죄 무죄율이 다른 범죄 무죄율에 비해 현격하게 높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또 “배임죄가 300억원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면 기본형이 5~8년인데, 우리나라 46개 기업집단의 거래 규모가 1400조원이어서 300억원은 매일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행위일 수 있다”며 “1960년대 국민소득이 적을 때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300억원이라는 기준이 현실적이라고 느끼기 어렵다”고 양형기준의 개선을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중국의 경제부흥을 일으킨 등소평도 “현실에서 진리를 깨달으라”고 말했다”며 “현실과 법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데, 우리도 현실에서 진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영자의 행동이 언젠가는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에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기업인들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도 없는데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우려했다.

배 교수는 “지금 국회에는 배임죄의 형량을 오히려 강화하는 개정안들이 계류돼 있다”며 “무죄율이 높고 구성요건도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법조문은 그대로 둔 채 오히려 형량을 강화하는 것은 경제인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배임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입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법원에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판단할 때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해야 균형이 맞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미숙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경제활동이라는 것이 고도의 경영판단행위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영판단 모두에 배임죄 성립을 부정할 수도 없다. 경영판단 원칙을 얘기할 때 성실하게 한 행위는 이미 경영판단 원칙 도입 여부에 상관없이 배임죄 성립 여부를 문제삼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배임죄 구성요건의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입법적으로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은 “최근 경제민주화가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그 개념 자체가 애매한 채 사용되고 있다”며 “재벌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경제민주화라는 정치구호로 경제인들을 범죄인으로 모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왜 국민들이 경제민주화라는 관념으로 재벌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지 재계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신동운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배임죄를 어떤 형태로 좀 더 구체화하고 입법적으로 정비하고 보완할 것이냐는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며 “한쪽으로는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정한 사회가 돼야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경제사회가 돼야 하는데, 양쪽을 다 아우르는 현명한 운영이 필요하고 그에 걸맞는 입법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면서 최근 재벌총수들이 연달아 법정에서 구속되는 사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역으로 너무 민주화만 추구하다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활동이 위축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를 단순히 형법학적인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문제를 살펴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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