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농사일 만큼은 초보라서 1차 생산보다는 2차 가공으로 승부해야 했습니다.”
차기설 제부도 연꽃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지난 2004년 귀농할 당시 자신에게 던진 말이다.
농사경험이 전혀 없는 탓에 일반 농업인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었다는 그는 귀농을 결심하고 제부도로 들어가는 입구인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땅을 처음 밟았다.
차 대표는 블루베리, 포도 등 무엇을 재배할 지 작목선택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블루베리는 가공이 어렵고 수확까지 3년이 걸리는 작물이었다. 포도는 재배가 쉬웠지만 지역주민들이 선점한 작물이었기 때문에 주민간의 마찰 우려가 있었다. 낯선 땅에서 고민하던 차 대표는 우연히 다른마을 연꽃농장을 방문했고, 연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차 대표는 “연은 환경에 민감하지 않아 관리가 쉽고, 병해충에 강한 장점이 있다”며 “특히 전통적인 연잎차 가공방식이 다른 작물보다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었다”며 연을 재배작목으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연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재배가 녹록치 않았다. 그는“연에 대한 내용이 담긴 해외 책자를 구해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며 “처음 도전한 가공품이 연잎차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잎차를 가공하는 곳이면 어디라도 방문했고, 차를 마시면서 어깨너머로 가공기술을 배웠다. 실험한 결과물은 서울 인사동의 찻집을 돌아다니며 시음을 요청했다. 그러나 찻집 주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포기하지 않고 일년반동안 수십번 작업장과 찻집을 오갔다. 그의 노력은 까다로운 찻집주인들의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고, 가공비법을 전수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최초로 직접가공한 연잎차를 판매하는 순간을 맞았다. ‘얼마에 팔겠느냐’는 한 찻집주인의 반가운 질문을 받은 그는 생각없이 ‘1만2000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자신감을 얻은 차 대표는 연잎차 티백, 연자를 가공한 환, 연잎영양밥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이곳에서 만든 상품은 60~70%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백화점과 각종 행사장 납품을 통해 소비되면서 지난해만 1억5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예비 귀농인에게 그는 “귀농으로 큰 성공을 이루겠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며 “끊임없이 연구·개발하는 열정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 외엔 왕도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 화성시사이버농업인연구회 활동을 통해 각기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동료 농업인을 만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차 대표는 “초보 농업인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웃과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귀농정착의 첫 단추”라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이웃을 많이 사귀면서 겸손한 자세로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귀농이전에 가졌던 취미생활을 농업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취미생활로 재밌는 삶을 살 수 있을 뿐더러 농업과 연계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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