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4·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분양(미분양 포함)시장은 청약률뿐 아니라 계약률까지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짙으지면서 집값이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관련법 개정안을 언제 통과시키느냐, 수혜 폭을 어느 선에서 확정하느냐에 따라 시장 움직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분양시장 봄바람 '살랑'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장 먼저 반응이 나타난 곳은 분양시장이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에 선보인 포스코건설의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와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는 계약 결과가 예상보다 높았다. 포스코건설은 계약률이 100%에 육박했고, 반도건설은 초기 계약률이 79%에 이른다.
대형 건설사가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에 공급하는 물량이란 점을 감안해도 계약률이 100%를 육박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4·1 부동산 대책이 가져온 결과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신규 분양 청약률도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부산에 내놓은 '더샵 시티애비뉴'는 지난 10일 1·2순위 청약 결과 최고 경쟁률 21.47대 1, 평균 17.7대 1을 기록했다.
앞서 대우건설이 대전에 내놓은 '대전 죽동 푸르지오'는 평균 1.43대 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됐다. 두 곳 모두 대책 발표 이후 청약을 진행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 높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물량의 경우 가계약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입주한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고양 삼송 아이파크'는 대책 발표 이후 가계약이 30건을 넘었다.
김포 한강신도시 미분양 물량 가계약도 크게 늘었다. '김포한강 롯데캐슬' 아파트 박동준 분양소장은 "4·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상담 고객이 4배 이상 늘었고, 동·호수 지정 계약이 하루 평균 1건 수준에서 3~4건으로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다 보니 건설사들이 속속 분양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남양주 '별내2차 아이파크'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다 대책이 나오자 이달 말로 분양 일정을 확정했다.
이 회사는 고양시에 내놓을 예정인 '삼송2차 아이파크'도 계획보다 앞당겨 7월로 분양 시기를 확정했다.
서희건설도 강원도 강릉시 회산동에 짓는 '강릉 서희 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대책 발표 시기에 맞춰 지난 6일 개관했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A22블록에 '동원 로얄듀크'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동원건설은 당초 오는 10월이나 11월께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공급 시기를 8월께로 앞당겼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4·1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시장에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올해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지난해보다 많이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은 찬바람 '쌩쌩'
분양시장과 달리 기존 주택의 매매시장은 거래가 끊기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집주인들은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호가(부르는 가격)만 올리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반면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다. 그만큼 매매시장이 짙은 관망세에 빠졌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집계 결과를 보면 이 영향으로 지난주 서울 집값은 오히려 0.01% 내렸다. 대책 발표 직후만 해도 아파트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도 상승해 실제 거래로 이어질 것 같던 분위기가 관망세로 돌아선 것은 국회의 입법 처리가 늦어지는 데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동산 대책 내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양도세 5년간 면제 대상인 9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주택이 많아 기대치가 꽤 높았다. 하지만 정치권이 가격 기준을 9억원보다 낮추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현재 거래시장은 거의 멈춘 상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3단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단지는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편이라 정부 대책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 기준이 7억원 이하로 낮춰진다면 수혜 대상이 크게 줄기 때문에 일단 정치권 움직임을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양도세 면제만으로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움직이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권의 경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면제 요건인 6억원·85㎡ 이하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양도세는 사실상 실수요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강북 미아동 미아뉴타운 송천센트레빌 중대형과 번동 주공4단지 중소형 아파트값은 4·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평균 500만원, 1500만원 각각 하락했다.
강북구 수유동 114공인 관계자는 "양도세는 2년만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 면제되기 때문에 5년간 면제해준다고 해서 움직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현재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들의 매도 여부 문의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올해 초 취득세 감면 처리가 지연되면서 거래 절벽현상이 나타났듯이 이번 부동산 대책도 신속한 입법처리가 안 될 경우 거래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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