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국내증시의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는 활기를 띠며 1일 거래대금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스피 1일 거래대금이 4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나 ETF 거래대금은 1년 새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이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와 인버스ETF 거래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레버리지와 인버스ETF를 활용한 양방향 매매를 통해 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생상품 ETF 중심의 쏠림현상은 문제라며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체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2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463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80%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9650원에서 4조4618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따라 ETF의 거래비중은 지난해 4월 코스피 거래대금의 9.33%에 불과했으나 올 4월에는 20%를 넘어섰다. 지난 2월 이후 3개월째 20%대 거래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김상율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ETF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이미 코스피 거래대금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인덱스 및 파생상품 ETF를 제외하더라도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투자 ETF들이 주목 받는 등 다양한 ETF들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레버리지 등 파생상품 ETF 중심의 거래 형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급등락 장세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특정 ETF들만이 활기를 띠는 왜곡된 시장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이달 들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624억원으로 ETF 전체 거래대금의 60.86%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에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거래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했으며 올 들어서도 60%이상을 꾸준히 기록 중이다.
4월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된 ETF는 137개에 달하며, 순자산은 16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순자산이 3조원에 불과한 8개의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ETF시장도 질적, 양적 성장이 이뤄져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투자수단이 됐으나 레버리지·인버스와 같은 파생형 ETF로의 쏠림현상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들 상품은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며, 상승이나 하락을 보일 때 기대효과가 높아진다”며 “따라서 해지 목적이 아닌 경우라면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는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특정 ETF로의 쏠림현상은 파생상품 시장과 현물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어 파생형 ETF 중심의 현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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