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가을의 낭만.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브라질 미술계에선 싸이 못지않은 '한류'를 일으켰다. 브리질 관보에 작품이 소개될 정도로 유명인사고 브라질국립박물관이 그의 수묵담채화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또 브라질 전직 대통령들이 주도하는 국정자문기구(OPB)가 수여하는 문화훈장을 세번이나 받기도 했다. 브라질에선 VVIP. 공항 입출국은 물론 지방 공공기관을 가도 대접을 받는다.
일본에서도 그가 떴다하면 팬클럽이 몰려온다. '향심회'라는 이름으로 그가 하는 전시장엔 '오빠'라는 소리대신 '김선생' '김선생'하며 환대한다.
30년전, 나이 서른살에 고향 강원도 정선을 떠나 브라질로 이민간 한국화가 김규태(61)화백이다. '환갑'이 된 그가 고국에서 전시를 연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는 개인전입니다."
브라질로 이민간지 30년만에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부엉이 작가 김규태 화백이 옛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
이번 전시를 위해 잠시 귀국한 김화백을 지난 25일 서울 인사동 한식당에서 만났다. 환갑이라는 나이가 무색할정도로 소년같은 이미지였다.
"아직도 한국은 학연이 강하더군요. 어느학교 출신이고, 누구에게 사사했는지가 여전히 중요한 문제더라고요."
"하마터면 전시를 못할뻔 했다"는 그는 "브라질이나 일본에서 오로지 그림으로만 승부가 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배경이 중요한 것 같다"며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브라질과 일본에서 대접받던 그는 한국에서 전시를 잡기까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난 2월 일본에서 전시중에 있던 그는 한국 갤러리에서 초대를 받았지만 차일피일 일정이 미뤄졌다.
한국에선 힘빠진 수묵화인데다 그는 미술시장에서 낯선 이름이었다. 전시장측은 일정을 잡지못했고 연락도 안했다.
답답한 나머지 예전에 알고지내던 시인 친구에게 부탁했다. 시인들의 모임인 '시인들의 외출'(회장 황광자)이 적극 나섰다.
이번 전시는 일본 BIKAR갤러리가 기획하고 월간 시인마을, 그리고 일본 팬클럽 향심회가 후원한다.
전시는 5월 8일부터 서울 공평동 공평갤러리 서울아트센터 2층에서 열린다. '브라질 이민 50주년 기념전'으로 부제를 달았다. 낯선땅,브라질에서 미술한류를 이끈 그가 양국 간 문화적 화합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전시회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그가 천착해온 그림은 '부엉이'다. 오방색 화려한 산천에 부엉이 두마리가 서로 기대어 있는가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홀로 정면을 보고 있는 그림들이다.
부엉이는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한 힘이었다. 생계가 막막했던 브라질에서 그림은 희망이었다. 주변에선 옷장사라도 해서 돈을 벌라고 했지만 그는 붓을 들고 각종 미술대전을 찾아다녔다. 상파울루중앙미술관에서 호기심을 보였다.강렬한 색감의 브라질미술과는 달리 여백이 많은 그의 수묵화가 독특했기 때문. 한국엔 채색이 없냐는 말도 들었지만 말을 할수가 없었다. 언어장벽은 높았지만 그에겐 붓이 있었다.
'신기한 그림'때문에 TV방송이 몰려들었고 카메라앞에서 그는 말대신 그림을 그렸다. 먹물로 그리는 붓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장면이 전국에 방영되면서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브라질 전역에서 초대전이 쇄도했다. 한국에선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고, 동양화가 김옥진 선생에게서 사사받은게 전부인 그는 브라질 이투(ITU)대학에선 수묵화를 가르치는 동양화 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
특히 브라질 법무부장관이 그의 부엉이 그림을 사면서 그는 '부엉이 작가'라는 브랜드를 얻었다. "그 장관은 부엉이 마니아였어요. 어느날 집에 초대를 받아 갔더니 집안에 온통 부엉이 그림이더라고요. 자신이 장관이 된게 부엉이 덕이라며 부엉이 애착이 강하더라고요."
부엉이는 대부분 국가에서 복과 지혜를 상징한다. 일본에서 러브콜이 잇따랐다. 부엉이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전시하는대로 그림이 팔려나갔다.
호당 100만원. 꽤 비싼 작품가격이었지만 일본에선 그의 부엉이 그림을 잡기위해 지방에서도 찾아올 정도였다. 이번 한국전시에도 일본 팬클럽이 축하하기위해 대거 내한할 정도로 '욘사마'못지않은 '김선생'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부애 등 가족애가 남다른 것이 부엉이입니다. 제가 부엉이로 행복했고, 타국민들이 부엉이 그림으로 행복해 했듯이 경기침체로 힘든 우리 고국민들이 제 부엉이 그림을 보고 힘을 내었으면 합니다.”
브라질을 거쳐 일본 현해탄을 건너온 김규태 화백은 그 어느 전시에서보다 더욱 설레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화백의 부엉이 그림등 74점과 부엉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은 12명의 시인의 '부엉이 시(詩)'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02)3210-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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