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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안산시청의 그 목련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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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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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상록수보건소 김 정 란

(사진=안산시 상록수보건소 김정란)
목련(木蓮)은 봄을 상징하면서 우아한 여인의 자태로 보이지만 꽃잎이 지면 쓸쓸해지는 것이 많은 사람의 정서이다. 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재미있고 희망적이거나 혹은 쓸쓸하지만 아름답거나 웅장한 것으로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

안산시청 본관 회계과 창문 앞에는 많은 나무 속에 목련 한 그루가 있다. 요새처럼 추운 꽃샘바람이 불고 벚꽃과 진달래, 개나리가 활짝 피어있거나 다른 목련꽃들이 한창 피어있을 때면, 그 목련꽃은 어느새 몰래 피고는 꽃잎만 두세 장 남기고 머쓱하게 서 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해 ‘주책바가지’라는 별명을 만들어주고 그것도 모자라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그 별명을 소개하며 희희덕거린다. 거기다가 키는 왜 그리 큰지... 키 작은 내가 꽃을 보고 있자니 목이 불편할 지경이다. 지금은 3층 높이이지만 아마도 4층까지는 금세 올라갈 것 같다. 꽃 나무가 아니라 전봇대이다.

또한, 3월 하순이면 꽃망울을 터트리는 그 목련꽃은 다른 봄꽃들보다 일찍 피어 봄을 알리고 사람들의 사랑을 온전히 받는다. 그리고 꽃이 진자리에는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나 초여름이 올 때까지도 그 사랑을 붙잡는다. 나는 그런 꽃을 향해 사랑에 대한 집착이라고 공연히 화를 내고 만다.

그러나 활짝 필 적이면 희망을 기원하는 빨, 주, 노, 초 쪽지가 가지마다 매달려 ‘목련꽃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다. 나도 편지지에 소박한 희망을 담아 매달아 본다. 나도 웃고 꽃도 웃는다.

때로는 안경을 벗고 나무를 바라본다. ‘흰 비둘기 떼’가 앉아있는 것 같은 장관(壯觀)이다. 그러다 꽃잎이 지니 철새가 되어 떠나가고 없다. 그래서 고독한 나무로 남는다.

쓸쓸한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야 나무를 다시 바라본다. 꽃들은 언젠가 ‘이별의 하얀 손수건’이 되어 온통 나무에 매달려 있었음을 깨닫는다. 눈치가 없었던 나는 사랑의 패배를 인정하며 국민가요 ‘큐’를 읊조린다. “사랑 눈감으면 모르리, 사랑 돌아서면 잊으리, 사랑 내 오늘은 울지만, 다시는 울지 않겠다.” (작사, 양인자)

눈물이 흐르니 콧물이 흘러 코를 힘껏 푼 하얀 휴지들을 가지에 걸쳐 놓는다. 휴지는 다시 목련으로 부활하여 꽃을 피우니, 신부의 순백한 웨딩드레스에 수놓은 꽃송이가 되었다가 꽃 왕관이 되기도 하고, 신부 어머니의 어여쁜 브로치가 된다.

저것이 자목련(紫木蓮)이라면 연못의 붉은 연꽃이 나뭇가지에 올라가 피어나는 형국이다. 그 연꽃은 한껏 멋을 낸 할머니의 두루마기 자락이 되어 바람에 하늘거리기도 하고, 새색시의 수줍은 한복이 되어 살포시 앉아있다.

꽃봉오리가 조금 벌어지면,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과 함께 버스 운전석 차창에 그림 액자로 걸려있던, 무릎 꿇은 소년의 ‘기도하는 손’을 많이 닮았다. 볕을 받으면 빛이 살아나는 그 손들은 나라를 구한 듯 웅장한 혼이 깃들어져 있다.

청사의 ‘밤빛’에 비치는 목련꽃은 송이 송이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되기도 하고 꽃 향을 피우는 촛대 받침이 되면서 밤의 여신(女神)으로 군림한다. 이렇게 목련은 다양한 모양과 느낌으로 만난다.

안산시청의 목련은 나의 수다스러운 변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한다. 필자가 그 꽃을 못 보고 지나친 것은 오히려 꽃에 사과를 해야 하며, 개화의 의무를 다하고 새잎, 새 생명체를 남기고 퇴장하는 꽃에 사랑의 집착이라고 화를 낸 것도 용서를 구할 일이다. 또한, 키가 크면 어떠한가... 4층에서 내려다보면 그 바로 아래가 천상의 목련 꽃밭이 아닌가...

목련꽃은 하얀 비둘기로 변한 철새도 아니며 더욱이 이별의 손수건도 아니다. 고독한 쓸쓸함은 미안하지만, 자발적 실연일 뿐 목련은 원치 않는다. 그저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혜안(慧眼)으로 사랑이 가득한, 자비(慈悲)가 가득한, 그래서 행복이 가득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맑고 따뜻한 이 봄에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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