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패트롤> 노동자와 기업 함께 웃는 노동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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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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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 개선과 임금 정상화를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해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890년 5월 1일 세계 각국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은 미국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로 123회째를 맞은 노동절의 유래다.

국내에서는 1923년 5월 1일 최초의 노동절 행사가 열렸으며 1963년 명칭이 근로자의 날로 바뀐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절을 즈음해 직장인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 일들이 꽤 많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절 전날인 지난달 30일 SK그룹은 58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비정규직 5000명 중 절반 가량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했으며 CJ그룹과 이마트 등도 대규모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이었던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도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제민주화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재계가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고용 안정화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성장 제일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노동자들이 감수해야만 했던 불합리한 근로 조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게 안타깝다. 기업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년 연장, 휴일 확대 등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향후 수년간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만 강조할 경우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임금 인상도 고용 안정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부터 근로 조건 개선이라는 선물을 받았다면 정부와 노동자들도 적정한 수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용인하는 등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기업과 국가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

내 것만 지키려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될 수 있다. 내년 노동절에는 노동자는 물론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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