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번번이 중간에서 막아서면서다. 법안이 정식 입법되기까지는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의 3단계 심사과정을 거치게 된다.
법안의 체계와 자구 심사 역할을 담당하는 법사위 본연의 역할을 넘어 상임위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19대 국회부터 여야 합의 없이는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게 한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되면서 극심해졌다. 여야간의 쟁점 법안을 각종 논리와 명분으로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법사위에 계류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대표적인 불량 상임위로 꼽혔던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오명을 법사위가 그대로 떠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간에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다는 의미에서 '병목 상임위'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도 생겼다.
지난달 29일 법사위 회의에서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추진돼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두고 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지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기업 활동 위축 우려와 법리 문제를 거론하며 맞서 법안 처리가 불발됐다
문제는 여야 모두 법사위의 월권 논란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야당은 본회의 표결 전 '최후의 보루'로 법사위를 매번 활용해 왔고, 원 구성 협상 때마다 법사위원장 사수를 위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은 야당 의원 중 가장 '전투력'이 강한 정치인을 내세워 왔고, 야당의 전유물이 된 것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국회선진화법을 본인들이 주도해 입법화시킨 상황에서 비슷한 이유로 법사위 개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법사위의 월권행위는 의회 민주주의 하에서 상임위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법사위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법사위를 법원과 검찰 등 소관 부처만 담당하는 일반 상임위로 전환하고, 체계·자구 심사는 국회 사무처 법제실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야당의 반발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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