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경매시장서 '땅꺼지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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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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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 평균 낙찰가율 61.52%…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하락<br/>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투자 수요 급감한 탓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토지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등 주요 지표가 6년째 하락세인가 하면 입찰경쟁률도 최근 들어 크게 낮아지고 있다. 땅값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일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토지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은 61.52%에 불과하다. 지난 2007년 88.45%로 고점을 찍은 뒤 6년 연속 하락세다.

경매 거래량을 의미하는 낙찰률(경매 진행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도 26.71%로 2002년 통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매 응찰자 수도 물건당 평균 2.18명으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토지 경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토지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최근 경매시장이 주택이나 상가·오피스텔 등 건축물 위주로 움직이면서 토지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가 낙찰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곡읍 전대리 밭(116㎡)의 경우 지난 25일 진행된 경매에서 단 한명이 응찰해 최초 감정가(3669만원)의 10.7%인 395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지난 19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대지(3255㎡) 역시 감정가(8억7885만원)의 13.9%인 1억2211만원을 써낸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 땅은 과거 공장용지로도 사용됐고 도로도 포함돼 있어 개발 가능성이 높은 물건이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헐값에 팔려나간 것이다.

경매시장에서 토지가 이처럼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에서 토지 관련 내용이 제외된 것도 한몫했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이번 '4·1 부동산 대책'에 담긴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 혜택은 주택 부문에만 주어진다"며 "개발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세제 혜택마저 없다보니 토지 경매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토지의 경우 논과 밭, 임야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물건이 많다는 것도 낙찰가율 하락의 원인이다.

토지 물건에 대한 감정가가 너무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도 이유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최근 몇년간 경매 부동산의 감정가가 비교적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어 실제 물건의 가치에 비해 감정가가 높은 추세"라며 "개발 호재가 많지 않아 땅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데 감정가가 높다보니 낙찰가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지 경매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4·1 부동산 대책에서 토지는 어떠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없는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개발 사업도 뜸한 상황이어서 토지 경매시장이 단기간 내 급반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수도권 외곽에 있는 전원주택 부지 등 일부 물건만 투자자에게서 관심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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