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은 족제비 같은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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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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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경국 교수, 한경연 13일 토론회서 ‘사회적’ 단어 문제점 지적<br/>신중섭 교수도 “‘사회책임’, 면책위한 단어로 오용”주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사회적’이라는 말은 우리가 사용하는 도덕적·정치적인 언어들 가운데 가장 혼란스럽고 가장 큰 정치적·경제적 위험을 부르는 용어”라고 주장했다.

민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최병일, 이하 한경연)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회’란 무엇인가: 사회적이란 용어의 허와 실’ 토론회에서 ‘사회적이란 용어의 문제점’주제 발표를 통해 “‘사회적’이란 말이 법치국가, 시장경제와 같은 자유주의 개념과 결합되어 사용되면 법치국가, 시장경제가 갖는 본연의 내용을 흐리거나 원래 가지고 있던 내용 자체를 사라지게 만든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용어이나 모호한 개념으로 남아있는 ‘사회’, ‘사회적’이란 용어의 의미와 역사적 배경을 고찰하고 그 속에 내재된 허와 실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민 교수는 영국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이라는 형용사는 수식하는 명사의 내용을 갉아먹는 ‘족제비 같은 말’(Weasel Word)로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도 ‘사회책임과 사회정의의 철학적 고찰’이라는 발제에서 “요즘 유행하는 ‘사회책임론’은 행위자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고 사회에 책임을 돌려 행위자의 잘못을 면책하는 것으로 이를 정치권이 나서 오히려 부추기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국가가 개입하면 할수록, 국가가 커지면 커질수록 개인의 자유와 책임은 줄어들고 ‘사회책임’이라는 미신이 확산된다”며 “자신의 잘못을 모두 남의 탓, 사회의 탓, 국가의 탓으로 돌리는 나라의 장래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발제를 맡은 배진영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제반 복지정책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사고와 무책임한 태도를 견제할 수 있고, 아울러 사회적 기업의 정치도구화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도 ‘사회적 투자’에 대해 발제에서 “‘사회적 투자’란 용어를 쓰는 순간 이를 명분으로 한 재정지출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투입에 비해 더 큰 산출을 만들어 낼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며 “사회적 투자란 용어 대신 ‘정부지출’이란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발제를 맡은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주장에서는 기업의 이윤추구가 사회발전에 배치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윤추구의 틀에서 고려되어야 궁극적으로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도 “‘사회적 약자·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발제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사회를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를 빈번하게 거론하는 것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정부와 관료들이 자신들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사용하는 정치적·주술적 용어에 불과하다”u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정부 규모 확대와 정치권의 영향력 증대를 위한 면죄부로 쓰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현진권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소장의 사회로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송원근 한경연 선임연구위원,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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