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13일 '중국 IT산업의 빠른 성장 한국 기업의 혁신 압박 커진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전자산업이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중국 전자산업이 현재 대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LCD· SoC·LED 등 자본집약적 장치산업과 고도의 설계·공정 노하우가 필요한 산업에서도 정부의 투자와 지속적인 해외 고급 기술 인력 영입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이는 신기술을 큰 시차 없이 재현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눈에 띠는 성장을 보이는 분야로는 TV산업을 꼽았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 TV시장은 2011년 250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260억달러로 북미(230억달러)시장을 넘어섰다. 고급 TV(50인치 이상·LED백라이트·3D 등)시장 규모 역시 2011년 21억달러에서 2012년 55억달러로 북미(32억달러)시장을 크게 웃돌았다.
이성근 책임연구원은 "중국 TV 제품은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선도 업체와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며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선진국 시장도 넘볼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으로 지목됐다. 이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전까지 디스플레이 산업의 강자는 한국 기업들이었고 대만 기업들이 그 뒤를 빠르게 쫓아 오는 형국이었지만 최근 대만 기업들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며 "LCD 디스플레이를 국가 차원의 육성 산업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국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제조사 역시 최근 상승하는 구매력과 수요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11년 하반기부터 레노보·화웨이·ZTE 등 중국의 톱 3가 중국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중국 제조사의 점유율이 70%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모바일 반도체 기업 역시 세트업체 조력자에서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에서 PC의 CPU와 그래픽 카드에 해당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통신 기능을 하는 모뎀 칩을 설계·개발해 화웨이 대표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에 탑재하기도 했다.
송지영 책임연구원은 "전자·IT 산업은 어느 산업 보다 변화가 빠르고 부침의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경쟁우위가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에게 중국은 70년대 미국에게 일본, 2000년대 전후 일본에게 한국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당시의 일본·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덩치가 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생성되고 자라나고 있는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위협적인 상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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