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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아트톡> 주사기 바늘로 쏘아올린 윤종석의 '우아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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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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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16일부터 개인전..감춰도 드러나는 욕망 담아<br/>화려한 천이나 세계 국기로 덮은 테이블 의자그림등 신작 20점 선봬

윤종석.가슴에 별을 달다.2009

아주경제 박현주기자=부인이 개켜놓은 빨래를 툭 치고 지나갔다. 옷들이 휙~ 흐트러지는 찰나, 무언가 보였다.
술김이었을까. 벗어놓은 옷들이 집모양이 되기도 하고, 날아가는 새로 보이며 어떤 형상으로 따라붙었다.

허물어진 존재에서 발견한 흔적과 기억.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고 했던가. 옷을 이리저리 접고 조물조물하자 옷이 말하기 시작했다.

버려져 주워온 헌옷들은 권총, 강아지, 양, 화분, 수류탄으로 변신하며 작가 윤종석(42)을 미술시장에 떠오르게했다.
'복제를 다시 복제함으로써 독창성의 신화가 파괴되는' 팝 아트 작가 대열에 올라선 2008년. 특히 '옷으로 접어 만든 총'(가슴에 별을 달다)작품은 뜨거웠다. 윤종석 이름석자를 각인시키며 러브콜이 이어졌다.
2009년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K-아트'로 화제를 모은 '코리안 아이'전 작가로도 참여했고, 중국 베이징 대만 뉴욕 홍콩 싱가폴 두바이 등에서 전시가 잇따랐다.

'옷을 접어 만든 형상'으로 보이지만 진짜 옷으로 만든 형태가 아니다. 정말 옷인 듯 질감이 느껴지는 시각적 일루전(illusion)이 강렬하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리한다-중국 130X97 acrylic on canvas 2012

◆점점점, 수많은 물감방울이 만든 형상..주사기로 쏘아올린 점묘법

텍스타일의 질감을 선사하는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점.점,점으로 이뤄진 화면이다. 오돌톨 아크릴물감의 수많은 점들은 붓이 아닌 주사기로 만들었다.

일명 윤종석의 '주사기 기법'은 '점묘법'의 창시자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가 놀랄만한 진보다.

물감을 채워놓은 주사기에 링거용 바늘을 꽂아 캔버스 위에 물감 방울들을 찍어냈다. 처음엔 물감 방울을 세기도 했지만 셀수 없을 만큼 무의식적인 반복이 손목을 움직였다.

점은 회화의 가장 기본. 도를 닦듯 고행같은 작업은 초심에서 우러났다.
"오로지 내 의지에 의한 기법을 찾다가 회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점 찍는 기법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생각했어요."

처음엔 붓으로 점을 찍었지만 담백하고 심플하지 않았다. 이쑤시개, 전선피복, 케이크 장식에 쓰는 짤 주머니도 시도하다 우연히 찾은게 주사기였다.

“일정한 크기로 점을 찍는 데에는 주사기가 가장 적합했어요. 링거용 바늘도 크기가 다른데 중간용을 쓰기까지 모든 바늘을 사용해봤죠."

작업과정은 '재현의 재현'이다. 옷을 접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캔버스에 그려질 크기인 실사로 출력된 사진을 보며 점을 찍어 완성하는 작품이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16일부터 개인전을 여는 윤종석작가가 14일 만국기로 뒤덮은 대형 작품앞에서 경례를 하듯 차려 자세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천으로 덮은 테이블과 의자들의 감춘 욕망
'주사기 기법'은 여전하지만 소재는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 옷을 접어서 만들었다면 이젠 천으로 가리고 덮는다.

오는 16일부터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우아한 세계'는 가리고 덮어 드러낸 신작이다.

세계 각국의 국기로 덮은 테이블, 의자등 신작 회화 20여점과 부조 16점을 선보인다.

권력자가 앉아야 할 것 같은 근사한 의자들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러시아연방, 중국, 프랑스의 국기로 덮였다. 사람의 다리같은 의자에는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권총이 숨어있다.

총은 공격과 방어의 최상의 장치. 의자는 권력의 상징이다. '갑의 횡포', '윤창중 스캔들'처럼 감추려 하지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화려한 무늬로 덮인 5개의 원탁그림 '우리는 이 안에도 존재한다'도 눈에 띈다. 집, 금괴, 사랑, 책등 '오욕칠정'이 숨겨진 원탁의 그림중 맨 꼭대기 걸린 작품은 욕망을 허무로 바꾸어 버린다. 별 모양으로 뒤덮인 원탁속에 드러나는 건 해골.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작가의 메시지다.

옷을 접고, 천을 덮은 작품이 나오기까지 불과 6~7년. 예전 작가들이 한 작품을 평생을 두고 천착했지만 현대미술도 인스턴트 산업사회처럼 주기가 짧아졌다.

작가는 "같은 작품을 2~3년하다보면 스스로도 질리게 된다"며 "어느정도 (작품이)익숙해지면 영악해지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게 된다"고 했다.

“작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도전이 필요해요. 외부의 영향이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바꿀 수 있을 때 작업을 바꾸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의 큰 매력이 아닐까요.”

이번 전시에는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네잎 클로버나 별, 왕관같은 형태를 그린 '휴지 시리즈'도 첫 선을 보인다. 하찮은 존재가 그려내는 우리의 위대한 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02)725-1020.
우리는 이안에 존재한다.

◆윤종석=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한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졸업.▲개인전 10회.▲수상: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대한민국 청년 비엔날레 청년 미술상,대전광역시 초대 작가상,화랑미술제 best top 10 작가 선정,롯데화랑 유망작가 지원 프로그램 선정.▲작품소장:국립현대 미술관(미술은행),대전 시립 미술관,외교통상부,㈜파라다이스 .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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