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 공기업들의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 공기업 수장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교체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미 연임에 들어간 데다 임기(7월 17일)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신보는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 신보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차기 이사장 선임설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선임 절차를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금융공기업 수장들이 가슴에 늘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안 이사장 역시 그런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보 이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른 금융공기업 수장의 거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렇다보니 기업은행장을 두고도 말이 많다. 기업은행의 수장인 조준희 행장의 평판은 좋은 편이지만, 기업은행장 자리 역시 금융공기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은행 주변에서는 지난 5월 금통위가 있기 전날인 8일 임승태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기업은행장 제의를 받았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과 기업은행은 확인할수 없는 얘기가 떠돌고 있을 뿐, 아직까지 정리된 입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년 8월이 임기인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내년 9월이 임기인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교체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민간 협회장들도 금융당국의 입김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이 그 예다.
여신금융협회장 자리는 이두형 전 회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면서 이미 공석이다. 여신협회는 오는 27일 오후 6시까지 제10대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등록을 진행한다. 후보등록이 마무리되면 여신금융협회는 이사회를 소집하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다. 이사회 소집 일정은 후보등록이 마무리된 후 결정된다.
다만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인물이다. 전 정권이 임명했지만, 관료 출신으로 예보의 기능과 역할에 비춰볼 때 적임자라는 평가다.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도 국민행복기금 출범 등에 기여도가 높아 성과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유임 가능성이 있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 역시 행정고시 출신(25회)으로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행시 23회인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의 경우 경영성과가 좋은 만큼 자리 보전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를 일컫는 말인 '모피아' 출신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도 내년 11월이 임기지만, 임기까지 무리 없이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 정부의 핵심사업인 국민행복기금 초대 이사장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금융공기업마다 각자 수장 교체설이 돌다보니 내부 분위기도 좋을 수만은 없다. 자체 입단속을 하는 곳도 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수장 교체설이 돌고 있어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며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정해진 임기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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