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과 대륙을 잇는 교통의 요지나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안전한 나라에 세워진다. 전통적인 조세피난처로는 스위스가 각광을 받아 왔으며 모나코, 안도라, 리히텐슈타인, 키프로스, 케이만 군도,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영국령인 버진 아일랜드에 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즉 사무실과 부동산 등 실체가 없는,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회사를 만들고 거래를 진행한다. 페이퍼 컴퍼니는 세금과 기업활동 유지에 필요한 일체의 경비가 들지 않아서다.
회사의 존속기간은 설립 기관과 목적에 따라 다른데, 금융기관일수록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경우는 해당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자동적으로 해산한다. 대우증권이 지난 1992년 역외펀드 관리를 위해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예가 있다.
조세피난처는 기업들 입장에선 합법적인 절세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문제는 역외탈세에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역외탈세는 국부 유출은 물론 대기업 자산가들이 덜 낸 세금만큼 고스란히 선량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조세부담을 전가해 소득 양극화를 고착시킨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조세도피 사례는 '실제 사업은 국내에서 하지만 사업장 주소지를 해외에 두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익은 조세피난처로 흘러가고 기업은 불법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경기침체를 겪으며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조세피난처에 흘러가는 돈을 지목하고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정부는 조세피난처와의 외환거래가 지난 11년간 6배 가까이 늘었고, 한국 기업이 세운 서류상 회사는 30대 재벌 소속 47개를 포함해 5000개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