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의 사일로(저장조) 상부 철골 주조물이 폭발로 인해 엿가락처럼 휘어있다. |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 폭발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여천NCC공장 외곽 도로변 배관에서 부탄가스의 일종인 C4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여수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20분께 여천NCC외곽 도로 배관에서 C4가스가 20여분간 누출됐다.
다행히 이 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는 없었지만 불씨 등 인화성 물질이 있었더라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업체 측은 지하에 매립한 배관이 부식되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여수국가산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으며, GS칼텍스, 여천NCC, 롯데케미컬, 금호석화, 한화케미칼, 남해화학, 한국바스프 등 총 220여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는 살인가스로 불리는 포스겐 가스를 비롯해 불산, 염화수소 등 650여 종의 유독 화학물질 2700만t이 연간 취급되고 있다.
사람의 폐에 염증을 일으켜 1시간 안에 숨지게 할 수 있는 염소가스도 연간 수십만t을 다루고 있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걷잡을 수 없는 황산과 불산을 취급하는 공장도 상당수다.
이는 언제든지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에만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3차례의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6월 19일에는 여수산단 금호미쓰이화학에서 포스겐가스가 유출돼 80여명의 작업자가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같은 달 7일에는 한국실리콘의 트리클로로실란(TCS)독성혼합가스 누출사고로 42명이 중독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여수산단화학업체 대부분이 1960∼70년대에 건설돼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한데 뭉쳐 있는 밀집지역으로 자칫 연쇄 폭발 사고가 우려되는 곳으로 지목돼 왔다.
여기에다 업체들의 안전 불감증도 한 몫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여천NCC사고의 경우 최근 대림산업 폭발사고 이후 정부가 주관해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대응 대규모 훈련을 하는 등 안전점검이 크게 강화된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기업들의 안전의식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때문에 여수국가산단 주변마을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림참사 민간조사단장을 맡은 천중근 전남도의원은 "여천NCC의 이번 사고의 경우 유해성은 없다고 하지만 자칫 큰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며 "여수산단은 공장 노후화로 전체진단과 시설보수 등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부의 ‘수박 겉핥기식’ 현장조사가 아닌 실질적이고 철저한 현장조사가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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