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랜드 이야기-2> 벤틀리, '한 땀 한 땀' 英 장인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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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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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We Start Where Others Stop.(우리는 다른 이들이 멈춘 그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벤틀리는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드는 자동차다.

효율성과 스피드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동화를 통한 대량생산을 미덕으로 확신하는 시대에서도 벤틀리는 고유의 수작업 방식을 고수한다.

영국 크루(Crewe) 공장에서 근무하는 벤틀리의 장인들에게 한 대의 벤틀리를 완성해 내는 것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실제 벤틀리의 플래그십 모델인 뮬산을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총 300 시간 정도다.


이 중 인테리어 작업에만 170시간이 쓰여진다.

즉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 한 대의 벤틀리가 탄생하기 위해서 7주가 넘는 시간이 걸리고 인테리어를 완성하는데만 4주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벤틀리가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디테일들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전통적인 코치빌더(Coach Builder, 과거 수작업을 통해 귀족들을 위한 고급 마차를 주문 생산하던 장인들을 코치빌더라고 불렀다)의 전통을 철저히 계승하고 있는 장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벤틀리는 고객의 어떠한 요구도 충실히 구현해 낸다. 영국의 여왕의 공식의전 차량인 벤틀리 에스테이트 리무진의 경우에는 여왕이 평소 모자를 즐겨 쓴다는 것을 고려하여 차체를 높게 제작, 모자를 착용하고도 숙이지 않고 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태리의 한 디자이너는 평소에 사용하는 형광펜의 색을 자동차 색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였으며 본인이 아끼는 믹서기, 혹은 본인이 좋아하는 매니큐어와 동일한 색상의 차량을 주문한 사람도 있었다. 또한 고객 중 한 명이 상담하던 직원의 넥타이 색깔이 마음에 든다며 동일한 색상으로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해당 직원은 자신의 넥타이를 잘라 본사에 보냈고, 그와 동일한 색상을 재현하여 차량이 전달된 적도 있다.

벤틀리의 역사는 1912년 설립자인 월터 벤틀리가 동생인 호레이스 벤틀리와 함께 벤틀리 모터스를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최초에는 자체 제작 차량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DFS 모델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1921년, 벤틀리는 벤틀리 섀시에 직렬 4기통 엔진을 얹고, 그 위에 고든 크로스비(재규어의 ‘뛰는 고양이’모양의 라디에이터 장식물을 만든 장본인)가 디자인한 바디를 얹어 벤틀리 첫 모델인 3리터를 선보였다.

월터 벤틀리는 성능 시험 및 홍보 효과를 위해서 자동차 경주에 3리터를 내보냈는데, 경주를 지배하고 있던 작고 경량의 부가티와는 다르게 크고 웅장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파워로 출시 출시 첫해인 1921년 시즌부터 여러 경주에서 우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1929년에는 6.5리터 스포츠 버전인 스피드 식스가 우승을 차지하며 4년 연속 르망 24시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와 함께 당대 최고의 오토메이커로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다.

벤틀리의 역사 속에서 항상 즐거움과 영광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공황시기에는 롤스로이스와 한 식구가 됐다가 1998년에는 폭스바겐 그룹에 소속되는 등 풍파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벤틀리는 폭스바겐 그룹에 소속되며 대히트를 기록한다. 특히 컨티넨탈 플라잉스퍼와 컨티넨탈 GT의 역할이 컸다. 컨티넨탈 GT의 성공에 이어 컨티넨탈 GTC, GT Speed, GTC Speed 등이 출시됐으며 2003년에 출시된 럭셔리 세단인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벤틀리 중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최근에는 새롭게 개발된 트윈 터보차저 방식의 4리터 V8 엔진을 탑재한 신형 컨티넨탈 GT V8 및 GTC V8 모델과 역대 양산 모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신형 컨티넨탈 GT Speed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을 선보이며 컨티넨탈 라인의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자동차의 본질과 고유의 품격을 지켜온 영원한 명차 벤틀리. 벤틀리는 90여년 이라는 역사 속에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비전과 철학을 계승해 오며,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의 명차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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