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이렇다. 두 아파트는 준공 연도와 브랜드 인지도, 크기, 위치 등이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차이가 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파트 공동관리비.
김씨가 선택한 A아파트는 친환경 우수 등급과 에너지효율 1등급을 인증받은 단지였고, B아파트는 등급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A아파트는 B아파트보다 매달 내야 하는 공동관리비가 3만~4만원 정도 저렴했다.
이씨는 “가격이 1000만원 더 비싸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아파트가 낫다는 판단에 따라 A아파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아파트 관리비가 소비자들의 주거 선택에 중요 항목으로 떠올랐다. 이는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공릉부동산 김선희 대표는 “집을 사려는 사람뿐 아니라 전·월세 물건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파트 관리비를 비교해본 뒤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관리비로 인한 다툼이 잦아지고 있어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출처가 불분명한 관리비로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주체간 분쟁·소송전이 벌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따라서 사전에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아파트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관리비가 싼 아파트는 어디에 있을까.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net)을 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에서 공용관리비가 가장 낮은 곳은 은평구(㎡당 664원)다.
은평구의 경우 서울에서 가장 비싼 광진구(829원)보다 165원, 서울 평균(779원)보다 관리비가 115원 저렴하다. 은평구 다음으로 구로구(665원), 금천구(690원), 관악구(693원), 중랑구(698원) 순으로 관리비가 저렴하다.
아파트 관리비는 공용관리비·개별 사용료·장기수선충당금·잡수입·이산화탄소 발생량 등 총 5가지 항목을 합산한 것이다. 이 중 장기수선충당금은 사용 검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적립하기 때문에 신축아파트의 경우 관리비 부담을 조금 더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즘 입주하거나 분양되는 주택은 친환경에너지 절약형으로 설계돼 관리비가 저렴한 편이다. 공용관리비가 낮은 은평구에서는 응암3구역을 재개발한 ‘녹번역 센트레빌’(전용면적 59~114㎡ 350가구)이 대표적인 친환경 아파트다.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도입해 주민공동시설 상용조명에 공급, 에너지 절약과 공용 관리비 절감을 꾀했다. 현관센서와 함께 복도 등에는 수명이 반영구적이고 사용량이 적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설치된다. 에너지 사용량 표시 시스템 설치로 5~10% 탄소 배출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공동관리비가 저렴한 구로구에서는 개봉동 개봉1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개봉 푸르지오’아파트를 눈여겨볼 만하다. 단지 내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시스템·태양광발전·대기전력 차단장치·절수형센서수전·초절수양변기 등이 도입돼 관리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용 59~119㎡ 총 978가구로 내년 5월 입주 예정이다.
금천구에서는 시흥동 ‘남서울 힐스테이트 아이원’(전용 59~115㎡ 1764가구)이 대표적인 에너지 절약형 아파트다. 우수저류조와 태양광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 아울러 세제디스펜서·절수밸브·부스터 펌프 등 비용 절감에도 신경을 썼다.
김태석 이삭디벨로퍼 대표는 “투명한 관리비와 에너지 절감 장치는 주택 선택에 필수 항목이 되고 있다”며 “아파트를 고를 때 입지와 적정 분양가 여부도 따져봐야 하겠지만 관리비용도 꼼꼼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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