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폭락은 한국 증시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반면 미국과 일본의 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중국 제조업지표 하락이 빌미
23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지수는 장 초반 상승 출발해 1만5900을 웃돌았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반전되며 전날보다 7.32%(1143.28포인트) 빠진 1만4483.98로 마감됐다.
우리나라 코스닥지수와 비슷한 성격의 토픽스지수도 전날 종가 대비 6.87%(87.69포인트) 떨어진 1188.34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 2시 28분에는 오사카거래소 닛케이225 지수 선물 시장에 ‘서킷 브레이커’(거래 일시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닛케이지수의 이날 하락폭과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지난 2011년 3월 15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모두 처음있는 일이다.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거래량도 폭증했다. 이날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의 주식 거래량은 76억5514주, 거래대금은 5조837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종별로는 금융 증권 부문의 낙폭이 가장 컸다. 토픽스지수에서도 소비자 대출 종목이 11% 하락했다. 부동산 종목도 10% 이상 빠졌다. 일본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미쓰비시에스테이트가 9.3% 내렸으며, 도쿄전력이 13%, 미쓰비시모터가 14% 각각 떨어졌다.
이날 주가 하락은 중국의 5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시장 예상치보다 0.8포인트 낮은 49.6으로 집계됐다는 소식이 빌미가 됐다. 한국의 코스피(-1.24%), 홍콩 항셍(-2.23%) 대만 가권(-1.92%)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떨어졌지만 일본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본은행(BOJ)이 국채시장에 개입하면서 신뢰성이 훼손된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1년여 만에 1% 대로 들어서자 BOJ는 전날 통화정책회의까지 아무 문제 없다는 태도를 180도 바꾸면서 2조 엔에 이르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장기 금리 추가 상승을 우려한 해외 헤지펀드 등의 매도세가 강해졌다.
대신증권 오승훈 시장전략팀장은 "일본은행이 제한 없는 통화완화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 상승 리스크를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증시가 7% 이상 하락했다"고 전했다.
◆ 한국 증시 영향은?
일본 증시의 폭락으로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이후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몰리면서 일본 증시는 70% 가까이 급등했지만, 국내 증시는 1900~2000 사이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엔·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한 것도 한국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전일 달러당 103엔을 넘었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 이상 하락하며 101엔 대로 떨어졌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 8배로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최근 엔화 약세가 일본증시의 가격 부담이 이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싼 한국증시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흔들리면 국내 증시도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엔화 약세가 주춤한 이유도 미국의 출구전략과 관련이 많은데 이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증시에도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급격한 엔화 약세를 이끌었던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면서 일본 증시에 직격탄이 됐다"며 "일본 증시 하락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지수도 일본 주가의 급락과 선진국 증시의 조정 우려 등으로 전일 대비 1.24% 하락한 1969.19로 장을 마쳤다.
오 팀장은 "일본 증시가 폭락하고 향후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박승영 연구원도 "한국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증시의 폭락보다는 수익률 차이를 좁히는 것이 가장 낫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