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재개발 시장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동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 제공=서울시] |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침체일로를 겪게 되면서 공기업과 지자체 공무원이 단체로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LH 사옥에서는 수일째 LH와 성남시 소속 직원 및 공무원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성남시가 공무원을 동원해 LH 본사 사옥 진입을 시도했고 LH가 이를 막으면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LH와 성남시가 난데없는 갈등을 빚게 된 이유는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위치한 재개발 이주단지(판교 백현마을 3·4단지) 때문이다.
성남시는 2008년 11월 성남 2단계 재개발사업(신흥2·중1·금광1) 시행자로 LH를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판교 백현마을 3·4단지는 철거민을 위한 임시 거주주택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개발 사업이 중단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주단지를 준공해놓고 3년 6개월 가량 놀리게 되자 LH가 이 단지를 일반에 공급하게 됐다.
성남시는 LH가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마음대로 이주단지를 빼돌렸다고 비난하지만 LH도 나름 사정이 있다.
LH 관계자는 “민간 시공사를 선정하려 했지만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며 “성남2단계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 뉴타운 등 대부분 재개발 사업이 지연·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사업성이 부족해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재개발 사업 부진은 비단 성남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대부분 서울 뉴타운·재개발 지역은 낮아진 사업성 탓에 갈등을 겪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지구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같은해 5월 18개 구역을 해제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지난달에는 9개 구역 해제를 결정했다. 토지 소유자의 30% 이상만 동의하면 해제가 가능해 앞으로도 뉴타운·재개발 구역 해제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시공사를 찾는 것조차 어렵다. 재개발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던 건설사들도 최근에는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서울·수도권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재개발 구역은 서울 응암10구역과 경기 하남C구역 두 곳에 불과하다. 지난 2월에는 대형 및 중견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았던 서울 효창4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한곳도 참여하지 않아 무산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 탓에 사업을 수주해도 수익이 많이 남지 않는데다 분양가나 운영비 등을 놓고 조합원과 갈등을 빚기 일쑤”라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차라리 재개발 수주를 안하는 것이 도움”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부진하면서 재개발 지분 시세도 자연스럽게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3㎡당 서울 재개발 지분은 2011년말(2522만원)까지만 해도 2500만원 대 이상을 지켰지만 이후 줄곧 2400만원대를 유지했다. 올 들어서도 1월 2470만원, 2월 2475만원, 3월 2463만원, 지난달 2470만원까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오른 가격도 대부분 매도 호가(부르는 가격)에 따른 것이어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부동산114 윤지해 선임연구원은 “정부와 서울시간 매몰비용 부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4·1 부동산 대책도 재개발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어 당분간 재개발 시장 침체는 계속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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