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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은 높은 숫자가 적힌 볼을 주로 사용한다. 동반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그렇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에서는 기량 못지않게 ‘멘탈 게임’도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골프의 90%는 멘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PGA투어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스포츠 심리학자 그레그 스타인버그의 ‘미신과 멘탈 게임’이라는 글을 실었다. 요지는 자신만의 긍정적인 미신이 있으면 멘탈 게임을 향상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결국 좋은 스코어, 굿 라운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7마스터스 챔피언 잭 존슨(미국)은 아내가 마련해주는 특별한 볼마커를 지니고 다닌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볼마커에 성서의 한 구절이나 귀감이 될만한 시구를 적어준다. 존슨은 그린에서 마크할 때마다 그 글을 보고 힘을 얻는다. 존슨은 지난주 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에서 이 마커를 잃어렸다가 천신만고끝에 찾아 한숨을 돌렸다.
그린에서 칼춤을 추는 것으로 유명한 시니어 프로 치치 로드리게즈(푸에르토 리코)는 마크할 때 동전의 앞면이 위로 올라오게 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반면 모자 차양을 위로 제쳐쓰는 예스퍼 파니빅(스웨덴)은 동전의 뒷면이 항상 위로 오도록 한 채 마크한다.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일컬어지는 잭 니클로스(미국)는 동전 3개를 넣고 라운드에 임한다. 골프신과의 교감을 위해서란다.
마스터스에서 두 차례 우승한 벤 크렌쇼(미국)는 낮은 번호의 볼만 쓴다. 대부분 볼에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번호가 적혀있다. 크렌쇼는 1∼4번 볼만 쓴다. 골프에서 높은 숫자는 스코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홀인원, 적어도 파를 생각하고 낮은 번호를 택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많은 골퍼들이 낮은 번호를 선호한다. 그런가하면 ‘8’이나 ‘10’ 등으로 높은 번호를 택하는 골퍼들도 있다. 필 미켈슨(미국)이 대표적이다. 동반자들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다.
스타인버그 박사는 “어떤 골퍼들은 라운드 전 아침을 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전에 중요한 매치가 있는 날 아침을 먹고 나섰다가 라운드를 망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없어도 골퍼들은 자신만의 미신을 믿고 따른다는 방증이다. 그는 “괴테는 ‘미신은 인생의 시’라고 말했다”고 덧붙인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5위 청야니(대만)도 미신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는 왕년의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1번홀 티샷 전에 항상 그 근처에 놓여있던 우승트로피를 만져보는 것을 보았다. 오초아는 그것이 행운을 안겨준다고 생각했고 곧잘 우승도 했다. 청야니는 “나도 첫 샷전에 우승트로피를 만져보면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아래 2011년 나비스코챔피언십 때 1번홀 주변에 전시된 트로피를 쓰다듬은후 첫 샷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었다. 청야니는 그 후로 최종일 챔피언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우승트로피 근처에도 가지 않은 것은 물론 쳐다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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