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이 민주당보다 오히려 강도가 센 이른바 '갑을관계 민주화법'을 추진키로 하면서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임시국회를 앞두고 '대야투쟁'보다는 '집안단속'이 더 급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29일 "우리부터 전열이 정비돼 있지 않는데 6월 임시국회가 매끄럽게 진행되겠느냐"면서 "처리할 법안을 당 내부적으로 추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이종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재까지 당론이 아니다"라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모 소속 이종훈 의원이 28일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갑을관계 민주화법)은 사업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갑의 횡포를 방지하고, 갑을관계에 균형을 이루기 위해 불공정행위 당사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손해를 입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의 확대 적용에 대한 당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입법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의 수위를 최고 10배까지 높인 것에 대해서는 당장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설 정도다.
김기현 정책위 의장은 "갑의 눈물이 나도 여러 번 날 정도로 경제민주화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일률적으로 '몇 배 손해배상'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무조건 사형만 한다고 해서 모든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도입에 관해서도 "모든 갑을관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가능한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공정거래법이라는 실체법 개정보다 별도의 절차법을 만드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개정안은 현재 증권부문에서 시행 중인 집단소송제를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등에도 확대적용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다만 집단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최근 3년간 3건 이상의 집단소송에 대표 당사자로 참여한 자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의 대표 당사자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집단소송의 구성원을 50인 이상으로 규정했다.
또 법 위반행위가 중대하고 손해액이 클 경우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불공정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개정안 발의로 '밀어내기' 분야에 집단소송제가 확대 적용되면 소송 남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법원이 쟁점에 공통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때에만 집단소송이 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을이 받고 있는 피해와 눈물을 생각하면 입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