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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체계 구성도<그래픽=김효곤 기자> |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12년차 소프트웨어(SW) 개발자 A씨는 '고급' 개발자다.
경력에 따라 나뉘는 등급에서 두 번째 단계인 고급에 해당한다.
등급별로 정해진 인건비에 따라 프로젝트 발주처에서 A씨의 몫으로 주는 비용은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이지만 A씨의 수중에 떨어지는 금액은 500만원 남짓.
그렇다면 나머지 500만원 이상의 금액은 어디로 갔을까? 이는 발주처와 개발자 사이의 중간 업체들이 챙겨간 금액이다.
하도급에 하도급이 만연하다 보니 정작 서비스를 만들어낸 개발자의 몫은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SW 개발은 대부분 수직적 하도급 체계로 진행된다.
이른바 '갑'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주로 대기업의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을)이 이를 수주해 주관사로서 계약을 맺는다.
이후 주관사와 일명 'IT 보도방'이라 불리는 인력 파견업체(병)가 계약을 맺고, 이 업체와 또 다른 업체가 계약을 맺어 6~8차에 이르는 단계를 거치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분석·설계·구축 등을 담당하는 개발자나 컨설턴트를 만날 수 있다.
중간의 인력파견 업체들은 인터넷 구인 사이트를 통해 개발자를 고용해 프로젝트에 파견 근무를 보내 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의 10~20%를 떼어가는 실정이다.
SW 개발에 대해 전문성이 없어도 개발업체라는 간판만 유지한 채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다 보니 개발자의 몫은 여기서 뜯기고 저기서 뜯긴 채로 돌아온다.
이처럼 하도급이 만연하지만 이를 제한할 법체계는 미비하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이 있지만 이는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으로 구성됐고, SW산업 같은 서비스 업종에는 적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하도급법은 하도급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도급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하도급이 만연하는 원인에 대해 SW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한 프리랜서는 최근 열린 'IT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쉽게 돈 벌고 싶어 하는 업체들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그는 "을에 해당하는 프로젝트 주관사는 필요한 프리랜서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주로 돌리면 외주 개발사만 다그치면 된다"며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부터 실무 개발자를 접촉하는 인력 알선 업체까지 돈을 버는 과정보다 돈으로 귀결되는 결과만 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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