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17일부터 이틀간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날 G8 정상들의 입장이 연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발표된 코뮤니케 초안에 따르면 G8 정상들은 경기회복을 위해 통화정책적 행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여전히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버냉키 의장은 그 동안 출구전략인 양적완화 축소론을 반복해서 언급해 왔다. 경기회복세와 함께 고용시장에서 지속적인 개선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풀어놨던 막대한 자금을 회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율이 2%를 초과하지 않고 실업률이 6.5%로 떨어지면 자산 매입을 본격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밝혔었다. 지난해 9월 이후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 수는 매달 평균 19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8월 8.1%였던 실업률은 7.6%로 하락했다.
FOMC 위원들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면서 시장에선 '자금 이탈' 공포가 확산됐다. 연준의 입김이 가장 빠른 채권시장이 요동을 쳤다. 지난 2일에만 해도 1.63%였던 미국 국채 수익률은 14개월래 최고치인 2.15%까지 상승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1일 3.43%까지 올라 지난 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는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은 점차 연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투자자 가운데 37%가 연준이 내년 12월까지 적어도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0.5%가량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두 달 전만 해도 이 같이 전망한 투자자는 20%였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오버나이트론을 위한 은행 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제공해 왔다. 일각에서는 자칫 그 동안 연준이 양적완화로 이룩한 경기부양과 실업률 감소를 헛수고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이번 FOMC 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의 탁월한 능력이 발휘될 때라고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시장을 설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한다. 시장을 공포로 밀어넣은 양적완화 축소론은 시장의 타격을 최소화시켜야 할 문제다. 블룸버그는 매달 850억 달러의 자산 매입을 줄이는 것이 경기부양책을 중단하기 위한 전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가픈 바클레이스 이노코미스트는 "이번 FOMC에서 축소론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한 발언이 될 것이다"라며 "투자자들이 피하길 원하는 공포가 이미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한 버냉키가 이번 FOMC에서 정책이 상당히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정책 전망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보이고 정책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마크 스핀델 포토맥리버캐피털 수석 투자전문가는 "통화정책을 조절할 때 가속과 브레이크 사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출구전략을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NN머니가 경제전문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올해 12월 이전까지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응답자는 내년까지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반면 일부는 오는 9월이나 10월에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냉키 의장이 현재 통화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시장을 안심시킬 것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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